마블의 열여덟 번째 작품 [블랙 팬서]

2008년 <아이언맨 1>이 우리에게 첫 선을 보인 지 10년이 지났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고 할리우드 최고 흥행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이후 총 17개의 작품이 제작되었고, 마블은 올해 첫 번째이자 역대 열여덟 번째 작품으로 <블랙 팬서>를 선보였다. 올해 4월 개봉 예정인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 바로 앞에 출시된 작품이었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블랙 팬서>는 평균 이상으로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블랙 팬서’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첫 등장한 히어로로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가상의 국가 ‘와칸다’의 왕자다. <시빌 워>는 다수의 히어로가 서로의 신념 차이로 인해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의 편으로 나뉘어 충돌하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많은 히어로가 등장해서 자칫하면 혼선이 생길 수 있었지만, ‘블랙 팬서’는 영화 스토리의 중심을 잘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시빌 워> 이후다. 폭탄 테러로 아버지를 잃게 된 ‘티찰라’(이후 ‘블랙 팬서’로 명칭)는 왕위를 계승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다. 블랙 팬서의 고향인 와칸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설정 상 가장 강력한 금속인 ‘비브라늄’의 유일한 생산지로 외부에는 최빈국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과학기술이 발달한 국가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와칸다의 왕이 된 블랙 팬서는 자신의 나라를 위협하는 ‘율리시스 클로’를 처단하려 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뜻밖의 존재가 ‘클로’의 시체를 들고 ‘블랙 팬서’의 앞에 등장한다.

<블랙 팬서>는 주·조연 할 것 없이 모든 캐릭터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주인공 ‘티찰라’와 여동생 ‘슈리’, 장군 ‘오코예’ 등 모두 자신의 존재이유를 드러냈고 영화 스토리에 잘 융합됐다. 그중 백미는 빌런이다. 앤디 서키스가 연기한 ‘율리시스 클로’는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 때보다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킬몽거’는 감히 역대 최고의 빌런이라 말할 수 있다. 빌런이 된 이유, 주인공을 압도하는 모습, 상대방도 인정하는 강한 신념까지 완벽에 가까운 존재감을 드러낸다.

<블랙 팬서>의 내러티브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조로 보인다. 왕자라는 신분으로 유복하게 살아가던 주인공이 악당에 의해 왕위 계승권을 잃어버린다. 주인공은 시련을 겪게 되고, 나라는 혼돈 속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에 주인공은 조력자를 만나 시련을 극복하고 자신의 힘을 되찾는다. 그 후 다시 자신의 왕좌를 되찾기 위해 다시 악당에게 도전한다.

디즈니의 1994년 작품 <라이언킹> 역시 이러한 내러티브 구조를 착실히 따른다. <라이언킹>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의 내러티브를 착안한 작품이다. <라이언킹>과 <블랙 팬서>은 유사성이 많이 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아프리카인 것, 내러티브 구조가 유사한 점을 예로 들 수 있다. 영화 속 한 장면에서도 라이언킹을 오마주한 듯한 장면도 등장한다. 하지만 <블랙 팬서>와 <라이언킹>은 결정적 차이점이 존재한다.

<블랙 팬서>는 주·조연의 대부분이 흑인 배우로 구성됐다. ‘애버렛 로스’ 역의 마틴 프리먼, ‘율리시스 클로’ 역의 앤디 서키스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 흑인이다. 감독인 라이언 쿠글러 또한 흑인이다. 이쯤 되면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흑인의 영화라 할 수 있겠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 또한 명확하다. 작품 속 메인 빌런 ‘킬몽거’는 흑인들이 받아왔던 억압, 지배에 대한 반발을 적나라하게 표출한다. 그리고 그는 와칸다에게 묻는다. 흑인 동포들이 고통 받았을 때 와칸다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고 말이다.

<블랙 팬서>의 메시지는 기존 마블의 어떤 영화보다도 강하고 명확하다. 하지만 메시지에 치중해서 작품성을 해치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최근 PC(Political Correctness - 정치적 올바름)를 작품에 무리하게 주입시키다 개연성과 인물 간 관계가 붕괴되는 작품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연말 개봉한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에서도 이런 논란은 꽤나 거셌다. 다수의 팬들은 과거부터 이어진 스타워즈의 세계관과 설정이 무시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실망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블랙 팬서>는 메시지와 작품성, 재미까지 세 요소를 잡은 훌륭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믿고 보는 마블. 다음 작품 <어벤저스 : 인피니티 워>가 너무나도 기다려진다. <끝>

 

 

 

강한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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