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수업을 듣던 선배로부터 봉사활동을 권유받았다. 방학 동안 별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선배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선배가 권유한 봉사활동은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대학생 돌봄교실 봉사단’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주로 부모님의 맞벌이 등의 이유로 집에 혼자 있는 아이들을 보살피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은 1월 3일부터 2월 5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주 3회 3시간씩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었다. 다행히 봉사내용이 초등학교 1·2학년생을 가르치는 것이라 별다른 준비는 필요 없어 보였다. 내가 소속된 봉사팀은 미디어와 관련된 학부생이 주류인 만큼 아이들과 함께 ‘학교소개 UCC’ 만들기와 일기를 바탕으로 신문 만들기 등의 글쓰기 활동을 계획했다.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상당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내심 우수팀에 선정돼 상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우리의 계획은 공염불에 그쳤다. 첫 봉사활동은 그럭저럭 무난하게 진행됐지만 우리가 계획한 미디어교육은 큰 고민거리를 가져왔다. 아이들의 거부가 가장 큰 문제였다.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리라 생각했던 ‘학교소개 UCC’ 만들기 활동에서 아이들은 매우 비협조적이었다.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싫어요!”, “안 해요!”, “왜 해요?”라며 노골적으로 반발을 해 활동을 중간에 그만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첫 미디어 교육활동을 끝내고 우리는 봉사계획을 전면 재검토 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미디어 활용교육을 한다는 첫 계획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어떤 활동을 좋아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처럼 아이들의 거부로 시작된 위기는 의외로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아이들이 뭘 원하는지 알기 위해 아이들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거리를 좁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문제점은 아이들을 ‘교육대상’으로 본 것이었다. 아이들이 우리에게 바란 것은 선생님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이미 학원 등을 통해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새로운 선생님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싫어할 수밖에…. 우리는 문제점을 깨닫자마자 선생님으로서가 아니라 새로운 놀이를 알려주는 친구로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우리는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팀원들은 아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게 되었고 아이들 또한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줬다.

방학 동안 행한 짧은 봉사활동은 결국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끝났다. 하지만 결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돌봄봉사단’은 ‘관계 맺기’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이러한 활동에 참여한다면 더 잘하리라는 확신이 생겼다. 만약 이 글을 읽고 흥미가 생겼다면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박계석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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