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성공적으로 막을 내린 평창동계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강릉하키센터 프레스팀에서 근무하며 주문진에 있는 강릉청소년해양수련원에서 묵게 되었다.

Passion Crew(패션 크루)의 일원으로서 살아있는 역사의 현장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지만, 논란을 빚었던 자원봉사자들의 대우문제나 불충분한 교육에 따른 문제 등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봉사자들에게 배부된 침구로는 이불 하나, 베개 하나, 그리고 바닥에 까는 아주 얇은 요 한 장. 그러나 숙소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배부된 요 한 장을 깔고 자던 우리는 밤 새 몇 번이나 뒤척이기 일쑤였다. 바닥은 그렇게 뜨거운데 샤워실은 반대로 따뜻한 물로 씻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었지만 좁은 샤워실과 상시 변동되는 출퇴근 시간에 뜨거운 물이 나올 때 씻기란 그리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샤워는 고사하고 머리만 감으려 해도 머리가 아릴 정도로 물이 차가워 몇 번이나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통문제 또한 심각했다. 봉사 첫 날, 유니폼 배부센터에서 옷을 지급받은 후에 숙소에 가서 체크인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옷을 받은 곳에서 내가 묵고 있는 강릉청소년해양수련원으로 가는 셔틀노선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진부역으로 돌아가 KTX를 타고 강릉역에서 하차한 다음 택시를 타고 수련원에 도착했다. 이날 내가 쓴 교통비로는 만종역-진부역 1만600원, 진부역-강릉역 8천400원, 강릉역-청소년해양수련원 2만5천400원, 모두 4만4천400원이 소요됐다. 봉사자들에게 배부된 코레일 할인가 20% 쿠폰을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4만600원이었다. 20대 무급 봉사자에게 교통비로는 과한 금액이었다. 보상을 바라진 않지만 적어도 봉사자들을 배려하는 교통과 숙식은 지원이 되어야 했다.

봉사자들에 대한 교육도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올림픽파크 시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위치에 대한 교육이 부족해 외지인들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원활하지 못했던 것 같다. 올림픽파크 내에서 봉사자 옷을 입고 돌아다니면 본인의 파트가 아닐지라도 관광객들에게 많은 질문이 들어온다. 한 캐나다인이 나에게 흡연실이 어디냐고 물었다. 하지만 따로 교육을 받지 못해 대답을 해주지 못했고, 그 캐나다인은 ‘봉사자자 그것도 몰라?’는 식의 농담을 남기고 지나갔다. 이후로 여러 다른 봉사자들에게 흡연실 위치를 물어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었다. 기본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상태로 일하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물론 내 경험을 모두 일반화하기는 여려울 것이다. 2만명의 봉사자 모두가 힘든 환경에서 봉사를 하진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VMC(베뉴미디어센터)에서 일했던 한림대생 한 봉사자는 “올림픽이라는 경험이 너무 좋았기에 큰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운영위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조금만 더 신경 써주었더라면 영하의 날씨에 찬물로 씻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곧 개최될 패럴림픽에서는 봉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교육으로 찬물의 기억이 되풀이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박지현 (올림픽자원봉사자·한림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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