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나무가 사람보다 낫다고 말하는 시인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환멸을 느낀 걸까? 시인은 혼자 연주회를 구경하고 혼자 길을 걷는다. 갑자기 바흐를 좋아하냐고 말을 건네는 플라타너스 나무를 만난다. 아름다운 간격을 유지하며 아름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절제된 풍부함을 갖춘 새로운 대상을 만난 거다. 기적이다. 고독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 경지다.

흔히들 내 맘 같은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간격이겠다. 인간과 인간의 거리는 상대적이다. 당신과 나는 몇 센티가 적당할까?

정현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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