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9천여만원 지정기탁돼
공동모금회, “성인 될 때까지 분할배분 계획”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당장 지원 절실한데 자금 없어 발 ‘동동’

지난 1월 31일, 밤늦은 시간에 발생한 북산면 오항리 단독주택 화재로 부모를 잃은 14살 서현이와 13살 상현이 가족에 대해 춘천시청과 강원도소방본부를 비롯해 독지가와 일반시민들의 후원금이 답지하면서 후원금의 지원여부가 관심이다.

화재가 발생한 후 춘천시 직원들은 1천400여만원을, 강원도소방본부는 2천908명의 소방대원과 9천50명의 의용소방대원들이 7천1백4만5천원을 모아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숨진 서현이 아빠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의용소방대원으로 활동해왔다. 이와는 별도로 k-water 소양강지사(옛 소양댐관리단)도 500만원의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해 지금까지 9천여만원이 넘는 금액이 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됐다. 그러나 이번에 모금된 후원금은 서현·상현이에게 바로 지원되지는 않았다.

성금을 접수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앞으로 미성년자인 서현이와 상현이가 만 18세가 될 때까지 매월 필요한 비용을 나누어 지급할 계획이다. 공동모금회쪽은 서현이 형제가 시에서 위탁가정에 지급하는 월 30여만원의 지원금과 아이들의 할머니인 고금순(77) 씨가 받는 기초생활수급지원금 등 기존 지원금액이 줄어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서현이 형제가 공동모금회에서 받을 월 후원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 12세인 상현이를 기준으로 공동모금회에 접수된 성금을 매월 분할 지급해도 월 100만원이 넘는 기금인데 실제 지급되는 금액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란 의미다. 공동모금회는 접수된 금액을 서현이 형제의 법정대리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공동모금회 배분방식, 후원자들 뜻에 맞는지 살펴봐야

이와 관련해 지정 기탁금 사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동모금회는 “지정된 기탁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지 않고 기탁자가 지정한 용도로만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서현이와 상현이처럼 어린이나 청소년인 경우 투명한 배분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서현이와 상현이는 집이 화재로 전소돼 인근 할머니 집에서 생활해야 한다.

문제는 서현이 형제의 할머니 역시 노령에 넉넉한 상황이 아니고 주택상황이 열악하다는 데 있다. 서현이 할머니가 사는 주택은 남의 땅에 지상권만 가진 오래된 가옥으로 형제의 공부방조차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서현이 형제의 할머니 고금순 씨는 지난 12일 기자에게 “당장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방이 두 개뿐인 상황에서 공부방을 만들어 주는 일”이라며 “물건들을 정리할 공간이 없어 힘들다”고 했다. 고씨는 “컴퓨터도 없어 걱정”이라며 “지원금이 모금되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아직까지 지원받은 것은 없다. 휴대폰도 엄마 명의의 전화기를 한 대 가지고 있는데 그것 때문에 아이들이 다툰다. 그마져 반납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지정된 기탁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지 살펴보아야 하는 대목이다.

서현이 형제는 지난해 10월 KBS ‘동행’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후원가구로 선정돼 지난해 약 1천300여만원의 후원금이 지원된 바 있다. 어린이재단 강원본부는 “화재발생 후 지난해까지 지원되고 남은 370여만원을 서현이 형제의 공부방 개선에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려 하지만 지속적인 돌봄에 어려움이 있어 별도로 후원금을 모금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금은 쌓여 있는데 또 다시 성금을 모금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후원금 모금기관인 공동모금회가 서현이 형제가 성인이 될 때까지 기금을 운용하는 것보다 어린이재단과 협력해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느냐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어린이재단은 어린이전문 지원기관으로 아이들을 돌보는 데 있어 다른 단체보다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다는 근거다. 이와 관련해 어린이재단 강원본부 관계자는 “재단 설립목적이 어린이들을 돌보는 업무고, 많은 어린이들을 지속적으로 돌보아 왔기에 다른 기관보다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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