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지부장, 5차 촛불문화제서 춘천시 강하게 성토
서울에서 ‘십시일반 달려라! 밥묵차’도 달려와 힘 보태
날 풀리면서 시민들 관심도 다시 늘어…시, 시장면담 여전히 거부

춘천시 환경사업소 해고 노동자와 가족들, 그리고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장기화 되는 노동자들의 투쟁에 조금 멀어졌던 시민들의 관심도 날이 풀리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촛불을 손에 꼭 쥔 어린아이의 미소가 시리도록 눈부셨다.

지난 7일, 팔호광장에서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 문제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춘천시민들.

지난 7일 저녁 7시 팔호광장. 얄미운 봄비로 한 주 쉬었던 ‘춘천시 폐기물처리시설 문제해결을 위한 촛불문화제’의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문화제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팔호광장 벨몽드 앞에는 낯선 트럭이 한 대 먼저 도착했다. 노란 앞치마를 두른 이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서울에서 달려온 ‘십시일반 달려라! 밥묵차’가 미리 도착해 노동자들과 함께 촛불을 들 시민들을 위해 따스한 저녁밥을 짓고 있었다. 갓 지은 따스한 밥에 잘 익은 김치 한 조각. 가슴속에 불어오던 시린 바람도 막아주는 훈훈한 한 끼였다.

마이크를 잡은 민주노총 중부일반노조 춘천시지부 김영희 지부장은 “우리가 지난해 8월 16일날 처음 시청 앞에서 민간위탁 철회, 춘천시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그리고 10월 경 천막을 쳤다. 넉 달이 넘어간다. 이제는 날짜를 세기가 싫어서 세지 않기로 했다. 해고된 지도 두 달이 넘었다. 그마저도 이제는 날짜를 세기가 싫다”면서 “동지들은 길거리에 같이 나와 있는데 뭐 좋은 숫자라고 그걸 세고 있겠냐. 미안해서 더는 못 세겠다. 이제 끝나는 날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때 세겠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를 치우고 더러운 일을 하니 이 정도 대우밖에 못 받는 걸로 알고 살아왔다. 힘들어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길거리로 나왔다”며 “왜 시민혈세를 사기업 주머니 부풀리는 데 퍼주는지 모르겠다. 우리도 시민이다. 우리도 비록 쓰레기를 치우지만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요구해 온 것이 일자리마저 잃고 길거리에 나와야 하는 이유냐”고 성토했다.

 

 

 

투쟁현장을 다니며 따뜻한 한 끼 나눔을 하고 있는 ‘십시일반 달려라! 밥묵차’ 유희 씨는 “전국에 밥을 하러 다니다 보니 강원도까지 왔다. 너무 오래 걸렸다. 집밥이 먹고 싶다면 언제든 오겠다. 힘차게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반했다. 동지들을 위해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와 민주노총, 시민대책위는 지난 6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춘천시환경사업소 관련한 현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현재 (주)한라산업개발은 32명의 신규채용과 관련해 수습 3개월을 조건으로 1년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시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매일 10시간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시는 여전히 면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6차 촛불문화제는 오는 14일 저녁 7시 팔호광장에서 제348차 강원생명평화기도회와 함께 열릴 예정이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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