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 정보화 전담 이기자 직업훈련 교사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정보호과정 직업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이기자 교사.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는 강원도가 지원하고 춘천YWCA에서 운영하는 One-Stop 종합취업지원 전문기관이다. 1998년 ‘춘천일하는여성의집’으로 출발해 2001년에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올해로 스무 살 청년이 된 것이다. 센터는 1:1 맞춤형 직업상담부터 직업훈련, 취업지원, 시후관리 등 구직활동 전반은 물론이고 사업체를 위한 취업관련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고 있다. 특히,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의 재취업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일자리 때문에 아우성인 요즘, 이곳 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영숙 관장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관장은 본인 인터뷰에 대해서는 한사코 손사래를 치는 대신 정보화과정 직업훈련을 전담하고 있는 이기자(49) 교사를 추천했다. 본인보다 더 열정적이고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칭찬과 함께.

이기자 씨는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의 정보화 전담 직업훈련 교사다. 빼곡한 강의일정 속에서 두어 시간의 휴강시간에 맞춰 센터의 한 강의실에서 수줍어하는 그녀와 마주앉았다.


“특별한 사람도 아니고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좀 부끄럽네요.”

춘천시민들이 만드는 신문이라 춘천시민이라면 누구의 목소리도 소중하다는 대답에 그렇다면 안심이라며 조심스레 자신의 삶의 여정을 풀어나간다.

“홍천에서 초등학교 3학년까지 살다가 춘천에서 쭉 학교도 나오고, 결혼도 하고, 일하면서 아이도 낳았어요. 고등학교를 마친 후 당시 컴퓨터 관련 일이 유망직종이라고 생각해 정보를 찾다가 한림성심대에 컴퓨터학과가 신설돼 제 전공의 길에 첫발을 내딛였지요.”

같은 직종에서 일하다 남편을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춘천에서 경제적 안정이 보장되는 직장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혼 후에 남편과 함께 컴퓨터학원을 연 것이 1994년이다.

“8년 정도 경영을 같이 했는데 말이 경영이지 멀티로 일했어요. 행정업무에 수업도 하고 차량운행까지 하면서도 집안일과 양육 또한 제 몫이었어요. 컴퓨터학원이 그때는 호황이라 돈벌이는 되었어요. 그 재미로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도 참아냈지만, 아이문제만큼은 자책감도 들더군요. 일이 늦게 끝나니 아이는 학원이나 집에 혼자이기 일쑤였고, 저녁은 챙겨줄 수도 없었어요. 출산과 양육은 너무 힘들었지요. 요즘은 좀 나아졌지만 남편은 집안일과 양육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도와준다는 차원이었어요. 사실 대부분 우리나라 여성들이 겪는 일이긴 하지만 부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일을 몇 년 쉬기도 했지요.”

학원경영이 어려워지고 남편과 함께 일하는 것도 힘이 들어 그녀는 일을 쉬었다. 시간이 지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2006년부터 여성인력센터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몇 년을 쉬고 나니 처음엔 강의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강단에 서는 두려움은 없었지만, 교수법의 문제나 정보화의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늘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이 컸다. 특히, 전 연령층이 섞여 있다 보니 이해수준의 차이가 커서 원활한 진행과 만족할 만한 질적 수준의 수업을 병행하기가 어려웠다.

“네이버 카페 ‘컴퓨터 기초에서 자격증까지(http://cafe.naver.com/combesa)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수강생과 소통하며 그 간극을 좁혀나갔어요. 당시로는 드문 일이었어요. 회원 수도 많아서 지금은 누구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요. 2009년까지 근무를 하고 둘째아이를 출산하면서 다시 일을 그만두었어요. 그런데 불현듯 큰아이를 양육하던 시절이 생각나 두려워졌어요. 그래서 다시 일을 그만두고 센터에 재취업해서 현재 7년차가 됐습니다.”

 

 

 

그녀는 센터에서 가장 많은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컴퓨터 입문과정의 윈도우, 한글, 인터넷, 블로그 등과 재직자 직무능력향상과정, 실무실용과정으로 컴퓨터 활용능력 ITQ 자격증과정, 포토샵, 인터넷쇼핑몰 등 정보화과정을 모두 도맡아 운영한다. 이영숙 센터장도 그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만큼 깊은 신뢰를 보내주었다.

“아휴, 이기자 선생님 강의를 꼭 들어보셔야 하는데요. 카리스마도 넘치고 어찌나 열정적인지 수강생들이 다 좋아하지요. 아마도 춘천에서는 관련분야 자격증이 가장 많으실 겁니다. 그만큼 쉬지 않고 자기계발에 힘쓰면서도 겸손하고 노력하는 분이지요.”

이영숙 관장의 말이다. 언뜻 보면 그녀는 자신의 전공을 살리면서도 쉽게 퇴직하고 구직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쉬는 동안에도 일하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배워가며 취득한 직업관련 분야 자격증이 17개에 달한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지식체계의 속도가 너무 빨라 늘 준비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센터 강의실에서 밤늦은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강의를 듣는 모습을 보고는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제빵, 요리, 정보화 등 남녀노소가 열정적으로 배움에 몰두하고 있었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더라도 여성의 경력단절 사유는 ‘결혼’이 34.5%로 가장 많고, 이어서 ‘육아’ 32.1%, ‘임신·출산’ 24.9%, ‘가족돌봄’ 4.4%, ‘자녀교육’ 4.1% 순이다. 이곳 센터의 상황도 비슷하다.

“센터의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 대부분이 결혼과 양육으로 경력단절이 된 주부들로 취업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대다수에요. 30대 중후반부터 50대까지 경력단절 주부가 가장 많고, 명퇴를 앞두고 있거나 명퇴자들이 제2의 직업을 찾기 위해 대비하는 분들도 있어요. 또, 여름과 겨울엔 방학을 이용해 중고생과 대학생들도 자격증을 취득하러 오기도 해요. 55세 이상으로 구성된 실버반 정보화교육은 무료교육이기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대부분은 구직활동에 대비하시는 분들입니다. 남성도 수강할 수 있어요. 설립취지와 목적 때문에 여성이라는 명칭이 들어가서 그런지 남성들은 10% 정도에 불과해요.”

‘춘천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출산과 육아, 가사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취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을 소개하고 적성에 맞는 상담도 받을 수 있다. 교육 후에는 취업을 연계해 업체를 알선하고 취업 후에도 작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방문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 구직과 취업에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은 여성에게만 지원된다.

“삶이 막막했다가 여기 와서 정보를 얻고 교육을 받아 취업과 창업을 하는 분들을 보면 가장 뿌듯해요. 수강생이 취업에 만족해하며 감사 문자를 보내올 때면 저도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는구나 싶어 행복합니다.”

그녀는 2016년 12월 직업능력개발 훈련교사로서의 공을 인정받아 중부지방고용노동청에서 주는 표창장을 받았다. 경력단절 여성의 고용률이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보인다지만, 아직도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 숫자가 많고 구직 시 여성이라서 차별받는 경우도 많다.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후 임금은 학력수준, 결혼유무, 연령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수준이다.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이라면 여성이라는 이유로 가정과 사회로부터 느끼는 불평등과 차별 때문에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이 부담스러워 출산파업에 이르게 된다. 사회활동을 포기한 이후의 삶은 경력단절로 이어져 사회로 다시 복귀하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일하면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아 키우는 일이 행복한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성 평등과 여성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지요.”


이것이 어찌 그녀만의 소망이겠는가! 지난해 센터를 통해 직업훈련 및 재직자 직무향상훈련에 참여한 인원은 1천554명에 이르고 있다. 초·중학교 진로체험 프로그램과 사회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만도 약 700여명이다. 본인 취업을 포함해 센터를 통해 취업에 성공한 인원은 800여명에 이르고 있고, 연간 3만1천여명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에는 능력개발팀, 행정지원팀, 취업지원팀 3개팀에 모두 19명이 열과 성을 다해 근무하고 있다. 미투운동(#MeToo)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시절이다. 춘천여성인력개발센터가 여성이 안심하고 행복한 사회를 앞당기는 데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김예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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