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례 씨, 난치성 구루병으로 신체 점점 짧아져 도움 절실
장애등급 때문에 활동지원 서비스·특별교통수단 지원 사각지대
“약값도 감당하기 힘들어 택시비는 엄두도 못내요”

김순례 씨는 구루병이 진행되면서 다리가 짧아져 키가 10cm 가까이 줄었다.

선천성 희귀질환인 구루병을 앓고 있는 김순례(53·후평2동) 씨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무척 고통스럽다. 뼈가 휘고 약해져 팔과 다리가 점점 짧아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996년에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지만 병이 계속 진행되면서 1990년에 140cm이던 키가 지금은 132cm로 작아졌다. 이제는 혼자서 대변처리도 어려울 지경이고, 계단은 거의 이용할 수가 없다. 무릎이 순간적으로 꺾이기 일쑤고 머리조차 혼자 감기가 어렵다.

이런 형편이라 장애등급 3급이면 받을 수 있는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도우미)가 절실하지만 그나마 2007년 이전에 판정받은 장애등급은 인정되지 않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동권도 마찬가지다. 전동휠체어를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하려면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1~2급만 해당이 된다. 이에 따라 매번 자비로 택시를 타자니 변변치 않은 소득에 약값도 버거운 상황이라 어림도 없는 실정이다.

고등학교 1학년인 딸도 같은 질환을 앓아 약값을 감당하지 못한 김씨는 본인의 약값을 줄이기 위해 미국 제약사의 임상실험용 약을 투여 받고 있다. 1년 넘게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아산병원을 방문해 주사약을 투여 받아 부작용으로 가려움증과 붓기가 있고 발목이 쑤셔서 잠을 못자기도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어 계속 하고 있다. 그럼에도 딸에게 들어가는 수입약품 비용이 한 달에 20만원도 넘게 지출되고 있다.

김씨의 한 달 수입은 기초수급자 생활지원비 94만원이 전부다. 약값과 교통비만으로도 버거운 수입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제도로서는 도움을 받을 길이 꽉 막혀있다.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는 오래 전에 판정된 등급이라 안 되고, 특별교통수단도 3급 이하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애등급에 따라 획일적으로 적용하던 장애인 서비스에 대해 장애인들의 불만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장애등급 자체에 대한 폐지의 목소리도 높았다.

마침 지난 5일 정부는 내년 7월부터 장애인 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1988년에 도입된 이후 31년만이다. 당연히 이를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활동지원 서비스는 내년 7월 이후 장애등급 관계없이 하루 3시간 동안 신청이 가능하다. 특별교통수단 지원은 2020년부터 이용할 수 있다. 장애인연금은 올해 9월 25만원으로 인상되고 2021년까지 3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20022년부터는 실제로 근로가 어려워 소득이 낮은 모든 장애인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고통인 장애인들에게는 이런 희소식도 피부에 잘 와닿지 않는다. 1년 뒤, 또는 2년 뒤로 예정된 서비스가 아득하기만 할 뿐이다. 김씨는 “장애인에 대한 현행 법체계가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인들을 나 몰라라 방치하고 있어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면서 한편으로는 시 복지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다른 지자체에서는 3급 이하는 이용할 수 없는 장애인 콜택시 서비스를 자체 예산을 들여 확대하고 있는데, 춘천시는 이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시 복지환경국 가족복지과 관계자에게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와 장애인 콜택시 이용에 관해 문의한 결과, 현행 규정 외에는 아무런 지원도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규정을 위한 규정, 규정 외에 주민들의 실질적인 삶의 고충은 아랑곳없는 공무원. “살기 좋고 살고 싶은 행복도시 스마일 춘천”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뿐이다.

 

 

 

전흥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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