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설의 사후 운영관리 문제는 강원도가 안고 가야 할 너무도 커다란 짐이다. 시설투자 비용과 그에 따른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일어나고 있다. 동계올림픽 사후관리 문제는 스포츠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예술적인 면에서도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난 후의 문제가 곳곳에 심각하게 도사리고 있다.

조직위가 흑자올림픽이라고 홍보하는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진지하게 재정내역을 살펴보고 검토했으면 한다. 올림픽을 위해 대략 잡아 13조8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그 중 9조원 정도가 고속철도 건설비, 2조원 정도가 경기장 건설비였고, 대회 운영비로 2조8천억원 정도 되는 예산을 세웠다. 실제수입은 12조원의 국비와 지방비 수입, 기업후원금 1조1천억원, 입장권판매 1천600억원, IOC 등의 지원금이 7천억원 정도여서 1천억원 이상의 흑자가 났다고 발표됐다.

고속철도를 국가기반산업 시설이라는 면에서 제외한다고 해도 2조원의 경기장 건설비를 온전히 지급된 것이 아니라 도민이 갚아나가야 할 부담이라는 면에서 제외시켜 계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경기장을 사후에 어떻게 처리할지에 따라 더 큰 빚으로 남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후관리는 경기시설과 같은 하드웨어적인 면만 문제가 아니다. 문화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공연장과 그 관리, 구체적인 공연프로그램의 운영문제가 산적해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예산으로 세워진 강릉아트센터가 대표적이다.

올림픽 기간 내내 강릉아트센터의 문화예술 행사들은 무료공연으로 일관했다. 앞으로 어떤 운영예산과 기획으로 센터를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곧 닥쳐온다. 급조된 강원국제비엔날레 또한 지역적 특성을 지니고 있지 못해 기존의 지역 비엔날레와 더불어 특색 없이 운영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무형의 행사들 또한 운영재정의 곤란함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이들 행사 또한 1회만으로 폐지될 것인가 하는 우려가 앞선다.

우리 시대가 문화예술의 소비시대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처럼 문화예술 작품이 일회용 소비품으로 전락되는 것은 가슴 아프다. 문화예술에는 오랜 숙성기간이 필요하다. 특히 순수예술은 준비와 훈련, 그리고 연습이 더욱 요구된다. 현장감이 중요한 공연예술의 경우에는 리허설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공연장의 좋은 시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점점 패스트푸드처럼 급하게 만들어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다. 사람들은 대중예술 가운데 급조된 것들을 선호하고, 이들을 소비한 다음 내버리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이 지속되면 문화예술은 소비품으로 전락되고 우리는 더 이상 문화예술을 담지한 민족이라 자부할 수 없게 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특히 문화올림픽 부분은 화려하고 요란하게 장식된 패스트푸드와 같았다는 느낌이 든다. 깊은 맛이 있고 전통성이 담겨있는 자랑스러운 음식을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입가에 단맛은 잔뜩 남아있지만 대신 자극적인 조미료를 한 움큼 삼킨 듯한 헛헛한 느낌이 그득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문화예술적 잠재력을 축적하고 그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체계적인 전략을 새롭게 세워야 할 시점이다.
 

이정배(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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