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업소 해고 노동자들, 팔호광장서 명동까지 빗속에 투혼
예비시장 후보들, 대체로 신중론 속에 적극적 해결 약속도


지난 5일 춘천시환경사업소 해고 노동자들은 팔호광장에서 명동입구까지 빗속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복직투쟁을 벌였다.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기어이 비를 뿌려대던 지난 5일.

하얀 바지저고리에 우의를 겹쳐 입은 춘천시환경사업소 해고노동자들이 팔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시민들을 향한 아무런 호소도 없이 고요한 침묵 속에서 묵묵히 오체투지로 나아가는 사람들. 북소리에 맞춰 내딛는 걸음마다 땅바닥에 온몸을 던지는 이들에게 하늘은 비를 뿌렸다. 합장한 손 아래로 빗물 섞인 흙탕물이 흐르고 얼굴에는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물기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팔호광장에서 명동까지 바닥을 기다시피 하는 노동자들의 하얀 바지저고리가 흙탕물로 물이 들자 지켜보는 시민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춘천시환경사업소 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 대해 대부분의 춘천시장 예비후보들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안중기 후보는 “노동자들과 시민대책위가 말하는 민간위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낭비된 예산문제는 면밀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용의 문제는 원상복귀 하는 것이 맞지만 민간위탁 철회는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재수 후보도 “고민이 필요하다. 준비 없이 감성적으로 대답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충분히 검토하고 준비해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정재웅 후보 또한 “운영실태 전반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시장이 바뀐다고 위탁계약의 전면 백지화는 당장 어려운 문제지만, 고용의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체로 신중한 입장이다.

반면, 강청룡 후보는 “과업지시서와 위탁조건에 명시돼 있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다. 나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황찬중 후보는 한 발 더 나가 “시장으로 당선돼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일 우선 순위에 두고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고용승계는 물론 위탁계약의 철회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혀 민주당 후보로는 가장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후보도 “해고노동자들과 시민대책위가 주장하는 운영비리에 관련해서 철저한 조사 후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 고용승계 문제는 권한을 갖게 된다면 중재를 통해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막농성 183일과 해고 117일 차를 맞아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묵묵히 걷고 있는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을 쉼 없이 이어오고 있다. 오는 11일 저녁 7시에는 팔호광장 벨몽드 앞에서는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촛불문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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