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나쁨’ 300% 초과로 전국 최악 기록…벤조피렌 수치도 높아 청정지역 ‘옛말’
춘천생명의숲, “도심 난개발 막고 녹지면적 늘리는 게 최선”


지난 6일 오후 5시 무렵의 춘천시내. 마치 해진 후의 초저녁처럼 어둡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탓이다. 이날 춘천의 미세먼지 농도는 470㎍/㎥로 전국 최고의 농도를 나타냈다.


춘천이 최악의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지독한 먼지다. 지난 6일 춘천지방에는 올해 들어 최악의 미세먼지가 관측돼 도시 전체가 뿌연 먼지로 뒤덮였다.

미세먼지와 함께 황사까지 관측되면서 대기 질은 최악에 이르렀다. 환경공단이 발표한 6일 오후 7시 기준 춘천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470㎍/㎥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같은 시간대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난 경기도에 비해서도 140㎍/㎥나 높은 최악의 수치였다. 377㎍/㎥로 춘천에 비해 농도가 훨씬 낮은 잠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된 상황을 감안하면 춘천의 미세먼지 농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이 간다. 이날의 미세먼지로 수도권에서 열릴 예정이던 프로야구 3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미세먼지로 프로야구가 취소된 건 1982년 프로야구가 개막된 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춘천의 미세먼지가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도 최악을 기록함에 따라 청정지역이라는 도시 이미지는 이미 옛말이 되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춘천의 공기 질을 악화시키는 것은 미세먼지뿐이 아니다. 1급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조피렌이 함유된 발암성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농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도 춘천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수도권과 거대 산업단지를 안고 있는 지역을 포함한 전국 유해대기물질 측정지역 가운데 춘천이 4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문제는 정확한 원인을 전문가들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춘천의 미세먼지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은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형적 특성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시내를 둘러싼 높은 산들로 인해 유입된 먼지가 정체되면서 축적이 돼 높은 농도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높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일 춘천생명의숲 조병완 사무국장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녹지면적을 늘리는 것”이라며 “춘천의 녹지면적을 늘려야 미세먼지나 환경문제를 줄일 수 있다. 도심권 난개발을 막고 녹지축을 살리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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