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지휘자 송경애 & 이경희

3년의 긴 연습기간을 거쳐 불가능을 가능으로, 불협화음을 화음으로 만들어 낸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인생이야기가 지난달 31일 춘천문화예술회관 무대에서 펼쳐졌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인생의 동반자로 사제동행을 이어오고 있는 송경애 지휘자(왼쪽)와 이경희 지휘자(오른쪽).

“유능한 지휘자 경희가 없었다면 나는 무대에서 쓰러졌을지도 몰라”라며 봄꽃 같은 소녀 감성으로 수줍게 말하는 송경애(70·춘천실버합창단) 지휘자와 “나는 선생님께 배운 그대로 실천하며 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이경희(56·춘천시립청소년합창단) 지휘자의 아름다운 사제동행.

송경애 씨가 유봉여중에 부임한 건 1972년이었다. 단발머리 이경희 씨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음악의 ‘음’자도, 합창의 ‘합’자로 몰랐던 이씨를 음악실로 불러 합창단원으로 만든 그 순간 이후 그의 인생철로는 새로운 길을 향해 달리게 됐다. 그것은 송씨의 지휘 인생의 첫 시작이기도 했다. 왕성한 활동으로 합창음악을 전했고, 유봉여중과 유봉여고를 넘나든 그의 손을 거쳐간 제자만 1만명이 넘는다.

그날 이후로 인생의 모든 처음은 늘 함께였다는 두 지휘자. 이경희 지휘자는 스승의 뒤를 이어 교편을 잡았고, 무대에서 지휘봉을 놓지 않았다. 송경애 지휘자는 제자의 성장을 도왔고, 이경희 지휘자는 스승의 결혼과 출산, 육아를 응원하며 지켜봤다.

아끼던 제자들이 떠난 교정에서 송씨는 늘 아이들이 돌아와 함께 노래하는 꿈을 키워왔다. 2007년 35년 간 몸담았던 유봉여고에서 퇴임하던 날 찾아온 제자들에게 당부했다. “오비합창단을 만들어 달라”고. 그후로 10여 년, 제자 이경희는 결국 스승과 한 약속을 지켜냈다.

2016년 ‘유봉 레이디스 싱어즈’를 창단하고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연습을 시작했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단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연습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자의 삶이 한창 바쁠 중년의 제자들이 연습 때마다 춘천으로 오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지만, 도레미의 ‘도’자도 모르던 제자들을 정성으로 조율해 결국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었다.

“선생님은 늘 그런 분이었다. 시작하면 끝까지 가는 분이고, 결국 완벽하게 해내는 분이다. 조건 없이 아낌없이 우리를 키우셨고, 나는 늘 그런 선생님을 닮고 싶었다.”

이경희 지휘자가 말하자 “어머, 그랬니?하며 환하게 웃어 보이는 송경애 지휘자.

스승과 제자의 아름다운 조합이 일궈내는 동문의 화음. 합창은 음악 그 이상이라고 말하는 두 지휘자가 이끄는 ‘유봉 레이디스 싱어즈’의 행보가 기대된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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