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레를 타는 아이들.


춘천 외곽 작은 산골의 농촌마을 ‘별빛’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다함께 어울려 놀고, 먹고, 삶을 나누며 살고 있다. 기껏해야 50명도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을 굳이 분류하자면 도시나 다른 농촌마을과는 사뭇 다르다. 이 마을에서 태어나 고향인 토박이 아이들, 부모의 귀농귀촌으로 마을에 정착한 아이들, 도시에서 부모와 떨어져 ‘농촌으로 유학’ 온 아이들, 시내에서 등하교하는 아이들, 시골 작은 학교와 별빛에 다닐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부모와 함께 교육귀촌한 아이들….

사실 그간 10여년 넘게 수많은 아이들을 만났지만 같은 틀에 넣을 수 있는 똑같은 아이들은 없었다. 유심히 살펴보면 하나같이 다 다르다는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생각해볼 문제는 이렇듯 다양한 아이들이 서로 뒤엉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 사회, 우리 어른들이다. 그래서 ‘별빛’의 제일 첫 번째 운영방침이 ‘다양한 아이들을 다함께 우리 아이들로 키우자’였는지도 모르겠다.

핵가족화가 되고 과도한 경쟁사회로 내몰리는 처절한 현실을 뼛속 깊이 경험하고 있는 부모들은 ‘내 아이’의 성공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부모로서의 지상과제로 받아들인다. 국가와 사회의 안전망이 해체되어 버린, 그래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다. 옆의 친구를 돌아볼 여유도 없고, 함께 협동하는 공동체를 얘기하는 건 무책임한 부모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특히 갈수록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만연하고 있는 현장에서 학교와 마을에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근묵자흑(近墨者黑)’이라는 격언을 되새기며 ‘내 아이’ 주변을 유심히 살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나 내 아이가 소위 모범생의 상위에 랭크되지 않을 때를 상상해 보자.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아이들 세계에서 내 아이는 다른 부모들의 생각에 어떤 아이일까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내 아이는 언제까지 모범생 순위 피라미드 맨 꼭대기에만 존재할 수 있을까? 그러나 ‘내 아이’의 성공과 안전을 위해 많은 부모들은 내 아이보다 낮은 모범생 순위의 아이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도마뱀 꼬리 자르듯 소위 반에서 문제아를 떨쳐내버리고 싶은 부모와 교사들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어쩌면 앞으로 이 경쟁사회를 살아갈 내 아이가 언젠가는 모범생 피라미드의 아래쪽에 있는 도마뱀 꼬리가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방과 후면 송화초의 모든 아이들이 ‘별빛’에 온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가끔 감동을 먹을 때가 있다. 깔깔대며 해밝게 미소를 머금고 뭔가 얘기를 나누며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감동스러운 건 서로 저렇게 함께 놀고 있을 개연성이 전혀 없는 아이들이었다는 것이다. 학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앞서 분류한 것처럼 서로 다른 아이들이다.

‘별빛’의 교사들도 아이들을 억지로 묶어 놀라고 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 놀거리와 환경만을 제공해 줄 뿐인데 ‘서로 다른’ 아이들이 자유롭게 함께 놀고 있는 것이다. 소위 ‘절친’도 아니고 심지어 좀 전에 싸우기까지 한 아이들이었는데 말이다. 아이들의 세계에는 갈등과 다툼이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

어쩌면 당연한 성장통이고, 사회성과 관계성을 배워가는 교육과정의 한 부분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아이들을 보는 우리 어른들의 관점과 자세가 아닐까? 아이들의 세계를 조금 더 애정 어린 눈으로 살펴본다면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가끔은 ‘온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로 함께 키우자’는 구호가 유행처럼 번지지만 정책은 너무 멀리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부모의 과한 개입과 보호가 아이를 온실 속의 화초처럼 허약하게 키울 수도 있음을 간과하지 말자.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 하지 않았는가. 방치가 아닌 기다림으로 안전하고 자유로운 울타리가 되어 부모무예의 최고 경지라는 ‘내비도~~’를 실천해보기를 감히 권해본다. 우리아이들은 생각보다 강하고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임을 믿으며 기다려주자.

윤요왕(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윤요왕(별빛산골
교육센터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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