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림 치매가족 자조모임

헤아림 치매가족 자조모임은 치매가족을 돌보는 사람들끼리 모여 정보를 나누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2016년 9월 춘천시보건소에서 치매가족을 위한 교육이 있었다. 가족교육이 끝난 후 치매가족끼리 느낄 수 있는 동병상련 때문일까? 함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자조모임을 만들었다.

어떤 날은 가족과 함께, 또 어떤 날은 가족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50대 딸이 80대 아버지를 돌보거나 50대 며느리가 90대 시어머니를 돌보기도 하고, 60대 아내가 70대 남편을 돌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80대 남편이 70대 아내를 돌보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가족이라는 끈을 놓지 않고 집에서 돌봄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족으로서 오랜 세월 함께했던 모든 기억이 지워지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절망도 하고 눈물도 흘렸던 시간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아픔을 다독이면서 가족의 마지막 남은 존엄을 위해 자신의 삶과 시간을 치매와의 동행에 온전히 함께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가족들의 마음을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며 힘을 모은다.

그 사이 갑자기 가족의 품을 떠난 사람도 벌써 둘이나 된다. 더러는 상황이 심각하게 나빠지고 있다는 좋지 않은 소식들도 전하게 되지만, 가족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마음만은 한결 같아 서로의 마음을 보듬으며 서로의 소식을 묻곤 한다.

처음에는 모일 곳이 마땅하지 않아 이곳저곳 장소를 물색하느라 애도 먹었다. 그러나 치매라는 질병과 함께하는 가족모임이다 보니 가족이 생활하는 집이 제일 안정감이 있어 가끔은 각자의 집에서 돌아가며 모임을 갖기도 한다.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나누다 보면 치매가족으로서 느끼는 어려웠던 마음을 날려버릴 수도 있고 서로의 모습에 위안도 얻을 수 있다.

치매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가족은 하루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는 어려움에 맞닥뜨릴 때가 많다. 이럴 때면 서로 손을 마주잡고 정보를 주고받거나 첫 만남의 모습을 기억하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함께 아파하고 서로 응원하다 보면 곧 나의 가족에게 닥칠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좀 더 가족을 돌보는 자세가 세심해진다.

그렇게 만남을 지속한 결과 처음에는 치매에 대한 막연함 때문에 답답했던 마음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치매의 양상을 지켜보면서 혼자만 외롭고 힘든 것이 아니라는 점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치매가족모임은 오랜 시간 돌봄을 하는 사이에 잃었던 꿈과 희망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도 모색하는 계기가 돼 늘 기다려지는 소중한 만남이다.

곧 4월의 모임을 기다리는 치매가족들에게 힘찬 응원을 보낸다. 혹시라도 치매가족이 주변에 있다면 이곳에 나와 보길 권해본다.
▲문의=010-6440-3233

이윤재옥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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