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바람꽃 종류와 함께 봄을 대표하는 들꽃 ‘얼레지’는 어떻게 붙은 이름일까? 언뜻 ‘엘리제를 위하여’나 ‘엘레지((悲歌)’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쉬 깨어지는 연상이기에 싱겁다. 내가 얼레지를 가장 예쁘게 본 것은 세월호 사고가 났던 바로 그날이었다. 그래서 가슴에 묻은 꽃이기도 하다.

얼레지는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얼네지’란 이름으로 처음 등장해 조선식물명집(1949)에는 ‘얼레지’로 기재되고,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의 국명(國名)이 되었다. 그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당시의 ‘얼네말’(장유편, 1810), ‘얼네 ’(한불자전, 1880)이나 ‘얼넉말’(자전석요, 1906)이 ‘얼룩말’을 가리키는 것이니, ‘얼레’·‘얼네’·‘얼넉’은 ‘얼룩’을 의미하며, 얼레지는 잎의 얼룩무늬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꽃잎이 얼레빗과 닮았다는 설도 있는데, 얼레빗의 ‘얼레’는 ‘얼에’에서 왔기에 ‘얼네지’의 ‘얼네’와는 어원이 다르다. 다른 이름으로 잎에 가재(石蟹)와 같은 얼룩무늬가 있다고 해 ‘가재무릇’ 또는 ‘가제무릇’으로 불리기도 하고, 지역별로 얼러지(경기), 얼러주/얼러지/얼레주(강원), 얼레주(충북), 얼러지(평안)라고도 불렸지만 방송통신망이 발달한 지금은 거의 표준화되는 추세다.

중국에서는 꽃봉오리가 멧돼지의 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저아화(猪牙花; zhūyáhuā)’라 하는데, 이는 영어 이름인 ‘Dog-tooth violet’과도 상통하는 이름이다. 일본명은 ‘カタクリ(카타쿠리)’인데, 일본에서도 그 유래에 대해서는 설왕설래 하고 있다.

학명은 ‘Erythronium japonicum(에리트로니움 야포니쿰)’으로 속명 Erythronium은 그리스어 erythros(붉은색)에서 기원해 홍자색 꽃을 묘사한 것이고, 종소명 japonicum은 ‘일본의’라는 뜻으로 발견지를 나타내는데, 프랑스 식물학자 Joseph Decaisne(1807~1882)에 의해 명명되었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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