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_터_view] “갈등조정은 정확한 정보공유에서 시작되죠”
[人_터_view] “갈등조정은 정확한 정보공유에서 시작되죠”
  • 춘천사람들
  • 승인 2018.04.2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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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기반연구소 조성배 소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각계에서 공론화에 대한 담론이 확산되고 있다. 공론화의 핵심은 숙의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조성배 소장. 강두환 시민기자


봄이 온다. 봄이 왔다. 산천이 봄 향기와 색채로 발산하는 아름다움만큼 한창인 몸짓들이 있다. 지방선거 예비후보들의 유세전이 그것이다. 선거철마다 수도 없이 받아보는 예비후보들의 인사를 더 이상 무심히 지나칠 수도 거추장스럽다 피해서도 안 되겠다. 뼈아픈 우리들만의 기억으로 ‘가만있지 말라!’는 통한의 교훈을 준 잔인한 4월. 시민이 주체가 되는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공론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갈등조정 전문가로서 우리 사회 곳곳의 굵직한 갈등 현장을 누비는 춘천시민을 만났다. 갈등조정 전문가 조성배(44) 공생기반연구소 소장. 정치인들의 헛공약 피로에 만성이 된 춘천시민들에게 화두가 되고 있는 공론화, 공생기반의 개념과 함께 그의 경험을 공유하며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보기로 하자.

공론이란? 공적 여론이다. 과거는 정부나 공익성을 추구하는 단체, 혹은 기관들이 공론화의 주체였다면 최근에는 일반 시민들이 공익을 위해 자신들의 여론을 만들어가고, 여론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 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조성배 소장.

“과거에는 주민투표가 대표적인 공론조성 방법이었죠. 공론화라는 것이 기존에는 어떤 사안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전문성으로 정책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면, 현재는 정책을 결정하기 전 시민들에게 사안에 대한 정보를 주고 숙의과정을 거처 의견을 최종 수렴하는 과정이죠. 서울의 경우 미세먼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에 대해 전문가들이 배기가스 감소를 위해 차량을 줄이고 자가용 2부제를 실시하자 등의 의견을 낸다면 자가용을 운행하는 시민의 입장에서 자가용 2부제가 효과가 있는 건지, 적절한 방법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반론을 제기하고 사안들을 함께 논의하는 겁니다.”

현안에 대해 사실여부를 파악하고 당면한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합리적인지 해당 시민들이 참여해서 논의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수용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과거의 방식은 개인이 정부나 기관에서 제시한 해결법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공익을 위해 불편과 희생을 강요했다. 그러나 과거처럼 ‘국가가 무엇을 할 테니 국민은 따르라’는 방식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또, 지금의 결정이 다음 세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민해야 한다. 결국 공생기반이라는 것은 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춘천에서 살면서 가장 애로가 되는 사안이 무엇인가요? 교통이 가장 불편한가요? 이 도로와 신호등의 구성은 어느 누군가에 의해 설계가 되었겠죠. 우리는 이에 맞추어 살아가죠. 그런데 춘천의 환경을 살펴보면 호수가 있고 강이 있습니다. 인공호수를 만든 것은 용수의 활용이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함이죠. 국가나 공공기관이 공익실현과 발전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댐건설이나 인공호수를 건설함으로 인해 분명 춘천의 지역민들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실적인 피해도 있지만, 소외감이나 상대적 박탈감 등 심리적 피해도 토로합니다. 서로 같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생기반이죠.”

철원 문혜리의 경우 친환경 에너지 시설 설립을 주민들이 반대했는데 갈등이 잘 해결되었다고 한다. 시설로 인해 수익이 나면 그것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과거 국책사업의 경우 개인의 피해감수를 당연시 했다면 오늘날은 논의를 통해 그 피해를 적절히 보상함으로써 수용성을 함께 높이는 것이다. 요즘처럼 개인주의가 팽배해지고 다양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공생과 상생을 위한 갈등조정의 영역이 광범위할 것 같다. 그가 주로 활동하는 분야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공공갈등의 영역을 담당하고 있어요. 국가나 지방정부가 공익실현을 위해 구체화하는 사업들, 예를 들면, 도로, 철도, 송전선로, 변전소, 발전소, 원전 등과 작게는 쓰레기매립장, 화장장 건립 등에 대한 지역민들과의 갈등을 조정하죠. 대표적으로 관련한 일이 수서발 KTX, 고속도로, 영광원전, 신고리원전 공론화 위원 등으로 참여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책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정보를 주고 사업을 이해시키고 수용 가능하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죠.”

갈등상황에서 중간자적 입장에 서서 양자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이지만, 어느 한 편의 입장을 대변해 이해시켜야 하는 입장이라면 정확히 중간자적 위치는 아닌 것 같다. 과연 그는 누구 편일까?

“저는 신뢰를 바탕으로 일합니다. 관이 갈등조정을 위해 우리를 부를 정도면 다급한 상황인 겁니다. 수많은 법과 제도적인 측면으로 다가갔음에도 불구하고 상호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긴박한 상황일 때 저희를 부르죠. 자포자기상태에서 서로 내려놓고 염원을 하게 되더군요. 솔직한 마음과 자세로 갈등 당사자를 찾게 되면 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두세 시간 그들의 요구와 애로를 먼저 들어줍니다. 이후 다시 방문하면 그때 묻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고. 저의 기본적인 입장은 사회적 약자의 편입니다.”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갈등의 근본원인을 먼저 설명한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기로 한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불충분한 정보의 유통 때문에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요. 주민들은 시설건립으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게 마련입니다. 공무원들은 결정된 사업을 진행하고 철수하면 그뿐이죠. 공무원은 법적으로 제시된 최소한의 기본만을 이야기 하죠. 정확한 계획과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불신과 갈등이 심화됩니다. 조정가는 사업에 대한 모든 정보와 자료를 지역민들과 공유합니다. 나아가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결론을 벗어나 실익을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합니다. 그래서 약자의 편이라고 하는 거죠. 때로는 갈등 대상자를 학습시키기도 합니다. 상호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지역민을 준비시키는 거죠. 전혀 체급이 다른 선수들이 동일한 게임을 한다면 그 게임은 공정하지 않죠. 정부는 체급조절을 안 하고, 지역민은 돈만 요구하면 어떤 합일점도 찾을 수 없죠.”

갈등조정 전문가가 생겨나기 전에는 브로커들이 그런 중간자적 역할을 했다. 주로 법제에 익숙한 변호사들이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갈등관리센터, 갈등조정연구소, 갈등해결센터 등 다양한 명칭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도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 서울에 있는 센터들이 ‘갈등조정가’를 양성한다. 정부와 민간에서 동시에 실시하는데, 정부에서 운영하는 갈등조정가 양성과정은 약간 차이가 있다.

“1995년 도농복합도시를 추진하면서 중앙정부의 역할을 지방정부로 많이 이양하게 되었죠. 직접적인 예가 쓰레기매립장이나 화장장 건립이었어요. 당시에는 그런 사안들을 민원이라고 생각했죠. 1990년대 말에 동강댐 건설을 놓고 국가적 갈등이 크게 터졌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갈등조정의 시작이었어요. 환경단체들이 동강댐 건설의 미래가치를 주민들에게 알림으로써 결국 2000년에 계획 자체가 백지화 되었죠. 최초의 국가사업 백지화였어요. 그런데 대통령의 선언으로 백지화가 되었어요. 그것 역시 국가주의입니다. 국민 90%의 동의가 있다 해도 그 뒤 10%의 찬반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대책위원회나 민관협의체가 생기고 향후 갈등관리, 공동체 회복이라는 용어가 등장했어요. 국가가 던지고 간 정책에 대해 주민끼리 사후 갈등을 관리하며 마음을 치유하고 함께 회복을 고민하는 것이 바른 절차죠.”

아직 공론화에 대한 법이나 제도적 장치는 없다. 그러나 2008년부터 갈등조정에 대한 교육을 지속하면서 공무원들의 인식도 바뀌고, 젊은 층들의 사고방식도 많이 바뀌었다. 갈등이 있고 그 갈등의 해소를 이해 당사자가 모두 원할 때 조정이 이루어진다. 과거에는 무시하거나 공권력 투입, 또는 행정소송이 해결방법이었다. 오늘날에는 조정이나 중재, 퍼실리테이션이 있다. 이 모든 방법은 갈등을 어떻게 최소로 저감시킬 것인가의 문제다. 시민들은 보다 현명해졌고 정보에 민감해졌다. 전국의 갈등현장을 누비는 그이기에 춘천의 현안과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법을 물었다.

“시대의 변화를 춘천시가 읽어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어요. 춘천은 갈등에 대한 아픔들이 있지만 공론이나 논의의 장이 전혀 없죠. 알펜시아나 평창동계올림픽 추진으로 낭비되었거나 앞으로 낭비될 혈세에 대해 인식하는 시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갈등조정이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하면서 당장 실현가능한 성공사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해요.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하고 단기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사안을 실현해 보이면서 성공의 경험을 통해 정책을 확산시켜 나가야 해요. 그 역할이 시민단체에서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갈등조정이라는 생소한 영역에서 활동을 하게 된 과정이 궁금했다. 들을수록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학을 전공했어요. 석사학위 주제로 원주쓰레기매립장을 연구하면서 지방정부로 이관되는 시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을 알게 되었죠. 일본에서 공생기반학을 전공하며 박사학위 때 농업자원경제와 토지경제학을 연구했죠. ‘지속가능발전’이라는 의미가 좀 더 나아간 형태로 나타난 것이 공생기반학입니다. 활동인력도 전국에 10여명뿐입니다. 이 분야가 심리, 복지, 행정, 상담 등의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면서 사회공학적으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부평과 서울시는 이미 시작했어요. 춘천도 그렇게 되면 좋겠어요.”

개인적 일상에서의 갈등조정은 어떠한가라는 질문에 “어떤 일도 이해 당사가자 되면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에 어렵죠. 원래 남의 일은 쉬운 거니까요”라고 답하는 조 소장. 갈등조정의 현장에 갈 때도 사적 관계 여부가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체크되는 사안이라고 말한다.

사람을 믿는다. 그만큼 괴롭다는 표현이기 때문에 진정성으로 다가가면 쉽게 마음을 연다. 갈등조정가로서 그는 춘천시민들에게 이제는 가만히 있지 말라고 말한다. 작은 단위의 의견들이 반영되는 세상인 만큼 그의 마지막 목표는 자신의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그는 담담히 밝힌다. 다음날 그의 첫 아들 출산소식이 들려왔다. 늦은 만큼 잘 키우겠단다. 이제 그의 아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상이기에 세상의 갈등을 줄여나감이 더 절실하지 않을까 싶다.

임희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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