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불주머니는 이맘때면 산동네 어귀나 산기슭, 임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꽃이다. 예쁘지만 장미의 가시처럼 역한 냄새로 자기방어도 할 줄 아는 꽃이다. 학문적으로 분류상 논란이 있기도 하는 종으로, 염주괴불주머니(C. heterocarpa), 갯괴불주머니(C. heterocarpa var. japonica), 산괴불주머니(C. speciosa)<사진> 등 같은 집안들이 꽤나 있다.

괴불주머니는 조선식물향명집(1937)에 최초로 기록된 것으로 꽃 모양이 괴불주머니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괴불주머니란 어린아이의 옷 주머니 끈 끝에 차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를 말하는데, 괴불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 실생활에선 보기 힘들지만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식물의 다른 이름으로 산해주머니, 매매추·별마추(전남)가 있고, 북한에선 뿔꽃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에 저술된 조선식물명휘(1921)를 살펴보면 黃菫(황근), 黃花地丁(황화지정)이라는 한자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국명은 黄堇(huáng jǐn)인데 ‘노란색 제비꽃’이란 뜻이다. 뿌리는 菊花黃連(국화황련)이란 약재로 쓰인다. 일본명 ミヤマキケマン(미야마키케망; 深山黃華鬘草)은 깊은 산에서 자라는 노란색 금낭화(華鬘草)란 뜻으로, 두 나라 모두 꽃의 색깔과 형태를 묘사한 이름이다. 학명은 Corydalis pallida(코리달리스 팔리다)로, 속명 Corydalis는 종달새를 뜻하는 그리스어 korydalis에서 유래했다. 꽃부리가 길게 뒤쪽으로 뻗어난 모습이 종달새의 머리 깃과 닮았다는 것이다. 종소명 pallida는 ‘담백색의’라는 뜻으로 꽃의 색깔과 관련 있어 보인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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