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진행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북한이 지난 20일 노동당 전체회의를 열어 핵을 포기하고 대신 경제건설, 인민 경제생활 향상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한반도에 평화의 서광이 비치는 듯하다. 모쪼록 오는 27일의 남북정상회담과 이어지는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가 정착되길 기원해 마지않는다.

남북이 서로에게 겨누던 총부리를 거두고 자유롭고 안전한 교류가 가능한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지난해 통계자료를 기준으로 볼 때,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에 태어나 출생 이후 단 한 번도 통일된 국가를 보지 못한 세대가 전체 인구의 90%에 달한다. 이들 세대에게는 살벌한 군사적 대치가 해소된 한반도, 육로로 평화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는 평화체제는 사실 상상조차 잘 되지 않는다. 상상이 어렵다 해서 꼭 부정적인 전망만 할 일은 아니다. 북한이 체제유지를 위해 자신들 입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중국식 개방경제를 하지 못하거나 안 하리라 생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이렇듯 기분 좋은 소식에 부풀다가도 다른 한편으로 국내 정치소식을 접하고 있자면 우울하기 그지없다.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발의한 헌법개정안이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사실상 폐기되었다.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하고자 제출한 법안인데 그 전제가 되는 국민투표법 개정이 시한을 넘겼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이달 23일까지 국회가 2014년 위헌판정을 받은 재외국민 관련 조항 등을 손봐서 통과시켜야 했는데 오로지 오는 지방선거용 정쟁에만 매달렸다.

소모적인 정쟁의 대표적인 정당은 자유한국당이다. 18대 대선 시기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이 개입해 조직적으로 여론을 조작했던 일과 ‘경제적 공진화 모임’이라는 사설단체와 그 수장인 드루킹이라는 사람이 여론을 조작하려 한 일을 동일선상에 놓고 모든 국회일정을 거부하고 길거리로 나섰다. 특검을 요구하더라도 다양한 민생법안을 해결해가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도 특검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다수이기고 하고 아니기도 한 상황에서 민생을 볼모로 잡는 일부터 서슴지 않는다면 사회적 책임감을 지닌 공당이라고 하기 힘들다.

얼마 앞둔 지방선거 후보공천을 위해 당내 예선을 거치는 과정 역시 실망스럽다. 국회 다수의석을 가진 거대 정당일수록 더 그렇다. 이미 선거구 획정 때 국민의 의사를 최대로 반영하기 위한 4인 선거구 확대 요구를 묵살하기도 했지만, 자당의 후보경선에서는 좋은 후보를 내세워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가치를 내버린 듯 보인다. 지방자치 선출직의 수에 따라 자신의 향후 입지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 국회의원이나 정당의 지역 수장이 연고주의를 내세워 줄을 세우는 과정에서 유능하고 청렴한 인재의 발굴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정당이 이렇게 나온다면 이제는 시민이 나서야 할 차례다. 엉터리 지역 정치인에 의해 내 삶이 엉망이 되는 일을 막으려면 이번 선거에 반드시 참여해 참 후보가 누구인지 잘 가려내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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