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천리 ‘꽃누리농원’

14년 전 온의동에 있는 ‘꽃누리 아트플라워’를 우연히 들렀을 때다. 허름한 작업복 차림의 어르신이 반갑게 맞아주며 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참 친절하게도 안내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꽃누리’와 인연이 맺어졌다.

4년 전인 2014년에 엄광섭 어르신은 고인이 됐다. 지금 꽃집은 아내인 허시란(67) 씨가 이어가고 있다. 공대를 졸업하고 해군장교로 복무했던 아들 엄기웅(40) 씨도 잘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힘을 보탰다. 어머니가 홀로 화원을 운영하며 힘겨워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꽃누리농원’이라는 이름으로 동면 만천리로 터를 확장·이전해 더 많은 종류의 꽃과 다육이들로 화원을 찾는 지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두 모자가 운영하는 꽃집이라 화원에 들어서면 해맑은 미소의 어머니 허씨가 직접 담근 꽃차를 타 주며 이런저런 얘기와 함께 꽃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 향기 가득한 화원은 봄 냄새로 가득 차고, 가슴속에 쌓인 스트레스는 봄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이곳에서 틈틈이 시를 쓴 허씨는 《현대계간문학》(2018)으로부터 신인문학상을 받아 시인으로도 등단했다.

 

 

 

요즘 아들은 어머니를 도와 바쁜 와중에도 손님들이 가지고 오는 아프고 시든 꽃을 치료해 주고 꽃과 식물에 대한 조언도 일일이 알려주려고 애를 쓰고 있다. 치료 후 화초가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무척이나 보람을 느끼고 즐겁다. 또한 네이버 지식인 코너 원예상담 분야에서 봉사하면서 일일이 답변해 주고 꽃에 대한 지식을 나눈 결과 ‘원예상담’ 분야 전국 10위권에 들기도 했다. 좋은 정보였다고 격려의 메시지와 응원을 받을 때면 그 행복을 이루 말할 수 없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스트레스 쌓이거나 마음이 우울할 때 언제든지 화원에 들러보시라. 꽃과 더불어 꽃차를 한 잔 나누다 보면 기분전환도 되고 마음속에도 평온이 깃들 것이다.

꽃누리농원
춘천순환로 433
256-9494

 

고학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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