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시간 통일’·‘대북 확성기 철거’ 등 남북 발 빠른 후속조치
한반도 평화, 북미정상회담 성공여부가 관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김정은 위원장. 10여초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남북 정상이 남과 북을 자유롭게 왕래하는 모습을 보며 TV화면에 눈을 고정했던 국민은 환호와 기대로 설렜다.

누군가는 고향에 대한 향수와 오랜 기다림에 회한의 눈물을 흘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지긋지긋한 갈등의 종식과 평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이 벅찼을 것이다. 2018년 4월 27일, 불과 6개월 전 까지만 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힘들었던 한반도의 긴장상황은 봄눈 녹듯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남북 정상은 마침내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며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종전을 선언했다.

‘잃어버린 11년’ 그만큼 빨라진 평화

2018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자유의 집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의 방명록 작성.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과 정상회담은 꿈에 그리던 금강산관광이라는 옥동자를 낳았고,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은 개성공단이라는 남북경제협력의 교두보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금강산관광 중단,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은 극한의 대결국면에 빠져들었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한 한반도의 긴장고조에 온 국민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난 4월 1일 2005년 이후 13년 만에 남한예술단의 평양공연이 열렸다. 지난 수개월을 되돌아보면 마치 거짓말 같은 일이 바로 만우절에 일어난 것이다. 올해 2월 10일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이 제안된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이루어진 발 빠른 행보였다. 이에 더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이 아니라 판문점에서 만나자는 제안에 선뜻 응했다. 이렇게 준비된 지난 4월 27일은 한반도 운명의 수레바퀴가 정상궤도에 접어드는 시금석이 됐다. 4월 27일 오전 9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12시간 가까이 진행된 ‘2018 남북정상회담’은 수많은 어록과 기록을 남기며 한반도에 따뜻한 봄바람을 선사했다.

정상회담 이후 남북 발 빠른 조치
남, 대북 확성기 철거
북, 표준시간 통일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잠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다.


이날 비공개 회담에 앞선 공개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잃어버린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서 걸린 문제를 풀어나가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 좋게 나가지 않겠나 생각도 하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쪽에서 100미터를 걸어왔다”고 말하며 “오늘 현안문제들, 관심사 되는 문제들을 툭 터놓고 얘기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고 앞으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지향성 있게 손잡고 걸어 나가는 계기가 돼서 기대하는 분들의 기대에도 부응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우리 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오는 순간, 이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됐다. 우리 국민들, 또 전 세계의 기대가 큰데 오늘 이 상황을 만들어낸 우리 김 위원장 용단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고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의 가장 큰 관심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찬 후 가진 도보다리 산책길의 단독대화였다. 일각에서는 완전한 비핵화 합의가 이때 나온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날 회담결과 발표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고 선언하고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약속하며 ▲완전한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 실현 ▲문재인 대통령의 올 가을 평양방문과 회담 정례화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및 쌍방 당국자 상주 ▲모든 적대행위 중지와 비무장 지대의 평화지대화 ▲8·15 이산가족 상봉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등 구체적 이행과제를 밝혔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의 후속조치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던 남북한 표준시간 통일을 즉각 단행하고 나섰다. 북한의 표준시간은 남한보다 30분이 늦다. 남한도 즉각적인 행동에 나섰다. 지난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 40여대를 철거하기 시작했다.

남북강원도 협력 위한 발걸음도 빨라질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사실상의 단독회담. 이날 화면에서 대화는 거의 문재인 대통령이 주도했다.


남북화해가 급진전되면서 남북강원도 교류를 추진하다 중단된 강원도의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도가 밝힌 ‘평화특별자치도’라는 비전은 차치하고라도 북강원도 산림조성사업이나 솔잎혹파리 방제사업은 즉시 추진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원도립대 송승철 총장은 “가장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남북강원도 협력사업은 금강산관광 재개, 평화특별자치도 조성뿐 아니라 민둥산으로 변한 북한지역 산림녹화, 열악한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인력양성 목적의 강원도립대 원산캠퍼스 설립도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생명의숲 국민운동은 “이미 지난해 화천에 북한녹화를 위한 묘목생산 시설을 조성해 북한지역 녹화에 나설 준비를 마쳤다. 언제든 북한지역 산림녹화를 위한 조림사업을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실현에 있어 중요한 고비는 북미정상회담일 것이라는 데 대체로 이견이 없다. 실명공개를 꺼린 정부측 고위인사는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했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미국과의 합의에서만 가능하다”며 “5월의 북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이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비핵화의 관건”이라고 밝혔다.

오동철 기자

사진= 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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