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저더러 ‘사장님’ 아니면 ‘아버님’이랍니다. 주유소에 가면 “사장님”, 병원에 가면 “아버님”, 그때마다 나는 종업원이 없다고, 나는 당신 애비가 아니라고 해명할 시간도 없어 대부분 그냥 지나갑니다. 간혹 기분 나쁜 날 지적질을 하면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손님이라는 좋은 말이 있지 않냐?”라고 하면 이상한 인간이라는 듯 쳐다봅니다.

존대과잉시대입니다. 사물에게도 존대를 합니다. 에어컨 고치러 온 기사 “좀 있으면 찬바람이 나오실 겁니다.” 버스터미널 직원에게 우체국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더니 “군청 옆에 계십니다.” 이런 식입니다. ‘고객님’이란 호칭도 거슬립니다. 손님보다 고객님이 더 높은 건가요? 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요? 교육이 잘못된 걸까요? 제발 자랑스러운 우리의 모국어를 오염시키지들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정현우(시인·화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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