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중에 가장 힘찬 기상을 가진 꽃을 꼽으라면 단연코 ‘박새’일 것이다. 조류 ‘박새’의 앳된 모습과는 달리 식물 ‘박새’는 박력이 넘친다. 박새는 꽃보다 새싹이다. 꽃피는 시기가 아니라 새싹 이 올라오는 시기에 이 글을 싣는 이유다.

박새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우리 이름이지만 그 유래와 의미에 대해서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발간된 《향약구급방》에는 ‘藜蘆(여로)·箔草(박초)’, 조선 초기의 《향약채취월령》 및 《향약집성방》엔 ‘藜蘆·朴草·朴鳥伊(박조이)’라는 약초로 기록되어 있는데, 이때 ‘箔草’, ‘朴草·朴鳥伊’는 ‘박새’의 이두식 차자(借字) 표기다. 箔(박)이나 朴(박)은 음으로 읽어 ‘박’, ‘草’는 뜻으로 읽는데, 풀에 대한 순 우리말인 ‘새’다.

한편, 한글창제와 같은 연도에 발간된 《구급방언해》(1446)에 ‘藜蘆’의 한글표기가 ‘ ’으로 되어있는 것을 보면 ‘藜蘆(여로)’의 발음도 현재와는 좀 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16세기 초로 넘어가면 ‘박새’란 한글표기가 드디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사성통해》(1517), 《동의보감》(1613), 《물명고》(19C 초)에 ‘박새’, 《방약합편》(1884)엔 ‘박 ’로 표기된다. 이는 《조선식물향명집》(1937)으로 계승되고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 국명의 추천명이 되었다.

한편, ‘박’의 의미에 대하여는 향약구급방의 차자 ‘箔’(박)을 음독과 더불어 훈독하여 뿌리 부근이 종려의 털과 같이 섬유로 싸여 있어 발(箔)과 비슷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보는 견해 외에 몇 가지 설이 있으나 지면관계상 줄인다.

북한에서도 ‘박새’라 부르며, 중국명은 ‘尖被藜芦(jiānbèilílú)’이고 일본명은 ‘バイケイサウ(梅蕙草, 바이케이사우)’다. 속명 Veratrum(베라트룸)은 재채기와 연관된 북유럽의 전설과 잇닿아 있고, 종소명 oxysepalum(옥시세팔룸)은 ‘뾰족한 꽃받침이 있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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