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기본적으로 재선 이상 도전자가 신예 도전자에 비해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재임기간 동안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나가 미디어에 노출된 햇수만큼 인지도는 높아지게 된다. 미국과 같은 나라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신예 도전자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데 애를 쓰는 이유도 재선된 횟수라는 따질 수 없는 불공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다.

재선 횟수에 의한 원천적인 불공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치인들이 잘 했기만 하면 문제는 덜하다. 잘 한 정치인의 재선될 확률이 높아진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유권자를 위해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거나 심지어 유권자를 속인 것이나 다름없는 활동을 한 정치인에게 재선 횟수 프리미엄이 주어지는 데 있다. 주로 시·군 의원과 같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져 있는 정치인들에게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사람들이 재선에 도전했을 때 뭘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름 들어 본’ 사람이라는 이유로 표를 얻는다면 건전하고 상식적인 정치는 더 이상 실현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볼 때, 춘천시민연대가 지난 3월 27일 발표(《춘천사람들》 119호 2면 보도)하고 최근 카드뉴스로 만들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포하고 있는 ‘제9대 춘천시의회 의정평가 보고서’는 시민들이 힘을 합쳐 최대한 널리 알려야겠다.

보고서에는 춘천시민연대 정책위원회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를 마치는 제9대 춘천시의원들의 의정활동을 공약이행, 조례제정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가 담겨 있다. 기자 회견 형식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권오덕 정책위원장의 총평은 ‘낙제점 수준’이었다. 평가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당을 불문하고 이들 의원들의 거의 대부분이 시·도의원, 시장선거에 출마의사를 표현했다고 하니 더더욱 유포해야 하겠다.

보고서 내용을 간추려 보면 한심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임기 4년 동안 21명 의원의 조례발의는 38개에 불과해 의원 1인당 평균 0.6건 수준이었다. 의원 한 명이 한 건도 제대로 발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4년 동안 그나마 4건을 발의한 의원(박순자·이미옥·이상민)이 있기도 하지만, 김영일·유호순·이원규·장미화 의원은 단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발의한 조례의 내용도 변변찮다. 38개의 조례발의안 가운데 실제 의결된 조례는 31건이었는데, 시민의 실제 생활과 관련된 정책조례는 12건에 불과했다.

조례제정이라는 본업은 열심히 못 했지만 외국의 유명 관광지가 포함돼 외유성격이 짙은 해외 연수는 유럽 5회, 아시아 6회, 미국(캐나다) 2회와 뉴질랜드를 합쳐 총 14회를 다녀왔다. 시정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시장과 직접 질의응답하는 시정질문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도 절반을 넘었다. 김주열·김영일·박기영·박순자·박찬흥·유호순·윤채옥·이대주·이원규·이혜영·장미화·차성호·황환주 의원이 임기동안 시정질문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의정평가 보고서를 요약한 카드뉴스의 주소는 https://issuu.com/ccsoli/docs/9______.pptx 다. 보고서의 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면 춘천시민연대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9대 춘천시의회 의정평가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자료’를 찾으면 된다. 널리 알려서 엉터리 정치인이 재선 이상에 도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선되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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