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동 ‘고기촌’

벌말길 63번길(석사동 644-6번지)의 ‘고기촌’. 여기에 가면 용석원 대표와 어머니인 기봉순 씨를 만날 수 있다. 내겐 늘 고마움이 뚝뚝 묻어나는 곳이다.

지난 추운 겨울이었다. 점심시간이 살짝 지났을 무렵 막막한 심정으로 ‘고기촌’ 앞을 지나칠 찰나였다. 친절하게도 입구 유리문에 붙어있는 메뉴가 한눈에 들어왔다. 육개장, 제육볶음, 두부전골….

‘그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지. 굳이 점심을 거르면서까지 일을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마침 한 끼 식사가 필요했던 시간이었기에 잠시 막막했던 마음을 접고 한 템포 쉬어갈 요량으로 ‘고기촌’의 문을 열었다.

 

 

손님 두 명이 점심식사를 막 끝내고 일어설 참이었다. 두부전골을 맛있게 먹었다며 숟가락을 내려놓는 손님들과 주인장의 담소를 들으며 두부전골을 시킬까 싶었으나, ‘혼밥’ 점심이라 그날에는 육개장을 선택했다. 풍성한 맛과 양. 이미 점심 손님이 거의 끊어질 무렵인 오후 3시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던 내 처지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이 막막함도 오늘 중으로 해야 할 나의 몫이겠지?’ 했던 마음이 고기촌을 나올 때쯤에는 이미 새로운 삶의 지혜를 얻어 오후의 업무를 해나가기에 충분할 정도의 에너지로 충만했다.

그 후, 친구모임이나 가족모임, 또는 지인들과의 만남이 있을 때마다 모임장소로 자주 이용했다. 또 심신이 지쳐 안식이 필요할 때면 나만의 휴식장소로도 안성맞춤이었다. 그럴 때마다 영락없이 ‘고기촌’의 음식이 기억으로 되살아났고 마음보다 몸이 먼저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음식에 배어있는 주인장의 인정과 사랑, 배려와 정성이 ‘고기촌’에 대한 기억을 일깨우는 비밀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이미 ‘고기촌’에 가본 사람이라면, 그곳에서 식사를 해본 사람이 있다면 내가 느끼는 음식 그 너머의 느낌이 무엇인지 대강 눈치 챘을 수 있겠다.

각자 고립된 존재로서가 아니라 서로서로 연결돼 있는 ‘사람들 속의 나’를 느끼게 해주는 벌말길 63번길의 ‘고기촌’.
그곳에 가면 아주 특별한 손님이 된다. 파김치에 피를 맑게 해주는 효능이 있다면서 “우리 몸에 좋은 거니까 많이 먹어”하는 어머니와 돼지막창, 갈매기살, 삼겹살 등 고기와 숯 선정까지 모든 것을 소중하게 준비하는 용석원 대표.

앞으로 살면서 이곳의 음식을 귀하게 먹어보자. 고마운 마음을 듬뿍 느끼고 싶다면 더 행복한 마음으로 내가, 또 우리가 ‘고기촌’에서 만나자.

 

 

 

신선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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