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계곡 주변이나 강가에서 제일 먼저 연록의 새순을 틔워서 눈길을 사로잡는 나무가 있다. 깊어지는 봄이면 나무 전체가 포도송이 같은 하얀 꽃으로 뒤덮여 눈이 내린 듯도 하고 구름이 피어나는 듯도 하다. 또한, 잎이 없는 겨울이면 이리저리 얽힌 무수한 가지들로 인해 하늘을 쳐다보는 이들에게 금방 눈에 띄는 나무가 바로 귀룽나무다.

귀룽나무는 아홉 마리의 용을 의미하는 구룡목(九龍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귀롱나무’라는 기록도 발견되니 ‘귀롱’, ‘귀룽’ 등으로 음운 변화가 있었을 것이다. 굽이치듯 보이는 수많은 잔가지나 검은 비늘 같은 수피에다 뒤틀리듯 자란 거목을 볼 때면 용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상상은 다양한 법, 북한에서는 이 나무를 구름나무라 부른다. 하얀 꽃이 풍성하게 큰 나무 전체를 뒤 덮을 때면 피어나는 구름 같으니 이 또한 걸맞은 이름으로 보인다.

일제강점기에 나카이(Nakai)가 저술한 《조선삼림식물편(朝鮮森林植物編)》에 ‘구름나무’로 추정되는 ‘Kurum-nam’과 ‘귀롱목’으로 추정되는 ‘Korön-mok’이 함께 기록된 것을 보면 지역에 따라 각기 쓰인 듯하다. 한편, 1530년에 편찬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춘천도호부’편에 구름나무를 의미하는 ‘雲樹(운수)’라는 명칭도 보이는데, 귀룽나무를 지칭하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귀룽나무의 중국명은 稠李(chóulǐ) 또는 稠梨(chóulí)인데, 조밀하게 꽃이 피는 것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며, 일본명 蝦夷上溝桜(エゾノウハミヅザクラ 에조노우하미자쿠라)는 蝦夷(하이; 북해도의 옛 이름)에 자라는 上溝桜(벚나무)라는 뜻이다. 속명 Prunus(프루누스)는 자두(Plume)의 라틴어 고명으로 벚나무속을 지칭하고, 종소명 padus(파두스)는 이 종류 식물에 대한 그리스어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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