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내렸고 친구의 부음(訃音)을 들었습니다. 오월에 듣는 부음은 명암이 강합니다. 죽었던 것들도 살아날 것 같은 오월에 죽다니요. 살기 좋을 때가 죽기 좋을 때라고 중얼거리며 어둑한 창가에 앉아 오래 접어놓았던 박용하의 《시인일기》를 마저 읽었습니다. 책 뒤표지엔 아래와 같은 문장이 비문처럼 견고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는 세상에 없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세상에 없는 것처럼
어느 날 우리들 모두가 이 세상에 없는 것처럼

 

정현우(시인·화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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