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 레고랜드 테마파크 직접투자 약속…구체적인 내용은 없어
합의대로라면 오히려 특혜만 주고 수익 전혀 없어 논란 일 듯
‘협약 아닌 합의’, “선거용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만

7년째 추진이 지연된 레고랜드 테마파크에 멀린사가 직접투자 의향을 밝히면서 레고랜드 사업이 분수령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강원도는 지난 14일 글로벌투자통상국 회의실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 존 야콥슨 멀린엔터테인먼트 총괄대표, 엘엘개발 이규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레고랜드 사업추진을 위한 합의서 서명식을 가졌다. 이날 도와 멀린사는 그동안 지연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에 대해 멀린사가 공원건설의 모든 책임을 지고, 이를 위해 도와 엘엘개발은 레고랜드 호텔을 포함해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위해 4천대 규모의 주차장을 제공함은 물론 전기·상하수도·가스·통신 등의 기반시설을 부지입구까지 시공한다는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고, 협약이 아닌 합의라는 점에서 선거용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만호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지연된 레고랜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시기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시기적인 문제는 있지만 사업의 완성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번 합의가 얼마나 구속력이 있는가에 있다. 합의내용에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합의서 4항에는 “구체적인 방법과 내용에 대해서 추가협의하고, 이를 반영하기 위해 기존에 체결했던 각종 협약을 폐기·개정 및 새로운 협약을 체결한다”고 돼있어 원점에서 재출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도와 엘엘개발은 이날 합의서 체결 후 중도에서 네 번째 레고랜드 착공식을 개최했다.

이날 멀린사의 존 야콥슨 대표 발언에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야콥슨 대표는 이날 발언에서 문화재문제와 한국 파트너와의 문제 등으로 지연이 됐다는 점, 문제해결의 솔루션을 발견해 2020년에 개장을 기대한다는 점, 뉴욕에도 개장을 준비 중이지만 한국의 테마파크가 최고가 될 것이라는 점, 레고랜드 리조트를 함께 개발할 것이라는 점 등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번 합의를 통해 엘엘개발의 존재이유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됐다.

멀린의 직접투자로 테마파크를 건설한다면 임대료를 징수할 근거가 없어져 엘엘개발은 주변 부지를 매각하는 업무에 국한돼 부동산중개 역할만 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만호 경제부지사는 “주변부지 매각을 통해 지금까지의 비용청산 등 업무를 엘엘개발이 해야 한다”며 “그 기간이 짧지 않다”고 밝혔다.

멀린사가 직접투자를 하고 주변부지 매각이 모두 이루어졌을 때 지금가지 쓴 비용과 앞으로 쓸 비용을 모두 청산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도는 주변부지 매각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을 기대하지만 업계에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도가 관광지구로 지정돼 부지사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용이 제한적인 부지에 평당 300만원이 넘는 비용을 투자하고 들어올 기업이 있겠느냐는 회의론이다. 도 관계자는 주변부지를 모두 매각하고도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면 주주사들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경우 44%의 지분을 가진 강원도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에 막대한 부담을 피할 수 없다.

레고랜드 시민검증단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검증단 관계자인 춘천경실련 권용범 사무처장은 “이번 합의에 따르면 강원도는 5천억원의 가치가 넘는 중도 전체를 멀린사와 민간에 제공하면서 정작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고야 레고랜드 사례처럼 효과가 의문되는 사업에 도 자산 5천억원만 날리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문순 도지사가 “멀린의 직접참여로 레고랜드 사업이 본격화 됐다”며 “언론에서도 도와달라”고 요청했지만, 앞으로 있을 협약안 공개가 어렵다고 밝혀 또 다른 특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협약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식을 강행한 도의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착공식을 개최한 건 다분히 선거를 의식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멀린과 도, 엘엘개발의 세부 협의과정에서 어떤 내용이 담길지 멀린이 어떤 요구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착공식 개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일부 언론에서 멀린의 3천억원대 투자를 기정사실화 하는 것도 너무 빠른 발표라는 지적도 나왔다. 멀린이 책임지고 공사한다고 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변수는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최문순 도지사가 그동안 사업이 지연된 데 대해 거듭 사과하고 앞으로 아무 문제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의심의 눈초리가 걷힐지는 회의적이다. 더욱이 20만여평에 달하는 중도 부지가 도민의 자산이 아니라 멀린과 민간에 매각되거나 100년간 무상임대가 되면서도 도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전무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검증단은 이번 합의안에 대해 성명을 발표하는 등 도민들에게 진실을 알려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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