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변 고가 아파트 쥐와의 동거’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한강 뷰를 자랑하는 10억원 이상의 고급 아파트촌이 득실대는 쥐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내 분수에서 쥐가 헤엄치는 모습이 목격되고, 어떤 주민은 쥐에게 물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쾌적한 삶을 위해 길고양이를 몰아낸 덕분이다. 특히, 아파트 재개발에서 종종 발생되는 일이다.

동물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주변지역 길고양이들의 동향을 알게 된다. 진료내원 없이 규칙적으로 고양이 사료를 사가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이름만 다를 뿐 인상착의가 같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는 사람이다. 퇴근길 누군가는 ‘이뿐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노랭이’라고 부르는 길고양이를 마주치게 되는 것이 동네 수의사다. 철저히 자신의 구역에서만 생활을 하는 고양이들은 동네에 따라 습성도 다르다.

내가 동물병원을 운영하던 지역은 5년 된 25층 새 아파트단지와 재개발을 앞둔 5층 구 아파트단지를 인접하고 있어 주로 두 아파트단지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듣는다. 새 단지에 사는 주민들은 비싼 편에 속하는 사료와 캔 간식거리를 종종 사다주는 반면, 구 단지 주민들은 저렴한 사료를 가끔 사러 온다. 그러다보니 새 단지 내 고양이들은 비만하거나 사람을 따르는 아이들도 있는 반면, 구 단지 내 고양이들은 경계심이 강하고 사납다.

가끔 구 단지 내 고양이들 중 다친 고양이가 있어 약을 지어주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구 단지 내 주민들이 모두 이주하고 텅 빈 단지가 재건축을 위해 철거되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새 단지 내 주민들이 고양이들의 싸움 소리와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사나운 고양이 등의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단지 내 고양이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길고양이 밥을 주는 주민과 다툼까지 일어났다.

이러한 소식을 고스란히 접하며 안타까웠다. 문제의 발단은 재개발을 진행하면서 주민들은 이주비용을 받아 이주했지만 그곳에서 함께 살아오던 고양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공사장에서 내몰린 것이다. 내몰린 고양이들이 인접지역 단지로 이주하면서 영역다툼이 벌어져 소음공해가 발생한 것이다. 새 단지 내 고양이들이 사나운 구 단지 내 이주 고양이들에게 참패를 당하고 영역을 빼앗겨 다른 인접지역으로 옮겨가면서 그 지역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영역다툼을 해야 하는 연쇄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은 새 단지에서 살고 있던 ‘이뿐이’ 또는 ‘노랭이’는 좌측 안구가 파열되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사거리 반대편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에게 발견되어 동물병원으로 왔다. 파열된 안구를 적출해 생명은 건졌지만 영역을 잃고 한 쪽 눈으로 새로운 생존터전을 찾아 싸워야 하는 안타까운 운명을 안고 돌아갔던 4년 전 사건이 기억에 남는다.

지난 1월 길고양이 문제로 춘천농수산물도매센터와 인접 아파트단지 주민이 마찰을 겪었다. 수산물 폐기물로 인한 쥐들의 피해를 막고자 일부 주민들이 길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겨울 집과 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는 것을 농수산물도매센터측에서 막고 나선 것이다. 고양이보다 몸집이 작은 쥐는 고양이를 모두 없애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이다. 쉽게 고양이를 몰아낸다면 사람들에게 돌아오는 피해는 재앙수준이다.

그렇다면 고양이와의 공생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고양이는 충분한 먹이가 있다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는다. 영역 내 생활로 함부로 다른 영역을 침범해 싸움을 일으키지 않는다. 즉, 급식소를 지정해 설치하고 영역 내 길고양이 두수를 파악해 중성화수술로 적정 두수를 유지한다면 길고양이는 우리에게 유익한 존재임이 틀림없다.

지역 재개발에 앞서 개발지역 내 길고양이 이주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겨울은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어느 해보다 길고양이의 숫자가 많이 줄어 봄을 맞이하면서 올해 쥐들의 습격이 염려스럽다.
 

유주용 (수존동물병원 원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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