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은 어렵다. “담배는 끊는 게 아니라 평생 참는 거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변명이 길었다. 나는 지난 8일 몇 잔의 독한 술이 준 취기와 노래방의 분위기가 만든 흥분에 굴복해 옆에 있던 친구에게 담배 한 가치를 빌려 태웠다. 1주일 만에 입에 문 담배의 맛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어지러움이 몰려왔고, 다리가 풀렸다. 빈속이었기에 망정이지 저녁식사를 했었다면 내가 먹은 메뉴를 다시 한 번 확인할 뻔했다.

육체의 고통이 가시자 이내 정신의 고통이 찾아왔다. 담배를 다시 피웠다는 후회와 내일 금연클리닉에 가야 하는 두려움, 결심을 지키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결국 나는 그날 우울감과 함께 잠을 청했다. 다음날 찾아간 금연클리닉에서 담당 선생님에게 어젯밤의 일을 이실직고했다. 그때의 내 모습은 서당 훈장님의 회초리를 두려워하는 아이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 돌아온 반응은 질책이나 힐난이 아니었다. 담당 선생님은 오히려 “괜찮아요”라면서 “금연과정에서 누구나 그 정도 실수는 해요”라며 나를 다독였다.

선생님의 설명에 따르면 금연 시도 초반부에 담배를 태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술을 마시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등 옛 흡연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동을 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실수’이기 때문에 본인이 다시금 의지를 확실히 하고, 앞으로 담배를 태웠던 상황을 피하려는 노력을 곁들인다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서 금연을 시도하지 않고 클리닉에 참여한 것은 훌륭한 선택이었다. 따듯한 위로의 말 덕분에 다시금 금연에 대한 의지를 불태울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앞으로는 음주 후 노래방은 피하겠다고 다짐해본다.

이재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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