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뇌종양 제거수술을 한 선배에게 병문안을 갔습니다. 선배의 커다란 민머리가 철사로 꿰매져 있었습니다. 피어싱 한 것 같다고 하니까 함께 있던 선배의 부인도 선배의 친구도 웃었습니다. 선배의 부인이 한술 더 떴습니다. “저는 스프링 공책인 줄 알았어요.” 다들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수술이 잘 됐다니 농담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힘든 시간을 견디셨냐고 위로의 말을 건네자 선배의 부인은 일상의 힘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병원 문을 나서는데, 뜬금없이 ‘일상은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이란 여행사 광고 카피가 생각났습니다. 선배는 실제로 여행이 일상이었던 사람입니다. 카트만두에서 9년이나 살며 히말라야 일대를 여행하며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여행 작가입니다. 선배가 더 건강해져서 일상을 여행처럼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현우(시인·화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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