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고 동문 춘고연합상록FC

어슴푸레한 어둠이 좁은 골목길 깊숙이 내려앉은 것도 모르고 바람이 반이나 차 있을까 싶게 한쪽 귀퉁이가 찌그러진 축구공 하나를 가지고도 신나게 그 길을 누비던 날들이 있었다.

“도선아, 밥 먹자!” “희태야, 어서 들어와. 밥 먹어야지!” 하던 엄마들의 합창하는 듯한 고함이 담장너머 놀이판 한가운데에 와 닿을 때면 바람 빠진 축구공을 신주단지 모시듯 안고 아쉬움 가득한 눈인사로 내일을 약속한 날들이었다.

그 공의 주인공은 우상이고 영웅이었으니 그것조차도 가지지 못해 주눅이 들고 불편했던 어린 시절은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어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아이들이 오늘은 야간조명이 대낮처럼 환한 공지천 인조구장에 모였다. 시간을 뛰어넘는 축구사랑이다. 춘천고 55회 졸업생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축구를 좋아했던 신도선, 김희태, 오근찬. 이들이 중심이 되어 졸업 20주년에 의기투합해 결성했다는 상록FC.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김없이 매주 수·금 이틀을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공을 차는 지금은 80여명의 동문회원이 함께하는 17년차 중견팀이 되었다.

공을 쫓아 숨 가쁘게 달린다. 쏟아져 흐르는 소금기 가득한 땀으로 눈을 뜨는 것도 힘들어 보인다. 거친 호흡과 빠르고 강하게 뛰는 심장 박동소리도 전해진다. 그렇게 30분씩 4쿼터를 뛰어다니는 체력이니 50대를 살고 있는 이들의 건강은 누가 봐도 파란불이요, 활력 넘치는 인생 아니겠는가?

건강을 지키며 친목을 다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어려운 후배들을 지원하고 연탄봉사와 배식봉사, 헌혈 등에도 동참한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축구행사를 열어 더불어 사는 것을 고민하고 실천함으로써 건강한 모임으로 키워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택훈(51) 감독은 운동과 더불어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인 봉사의 틀을 마련하는 일에 회원들의 마음을 모아보겠다고 한다. 그의 무게감 있는 실천을 기대한다.

더불어 건강하고 더불어 즐겁자!

 

 

 

김남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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