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업소 노동자들, 기약 없는 생존투쟁…6일 현재 천막농성 239일
지난 4일 오후 6시, 새 청사로 농성장 전격적으로 옮겨

춘천시환경사업소 해고 노동자들의 하루는 길기만 하다. 일터를 떠나 거리 생활을 한 지 8개월. 투쟁을 이어오는 중에 한 조합원은 결혼을 하고 또 다른 조합원은 어머니를 잃었다. 지난 4일에는 또 다른 조합원의 가정에 새 생명이 태어났다.

한창 일해야 할 때 일자리를 빼앗기고 바깥 생활을 하는 가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든든하게 버텨주는 가족들임에도 불구하고 미안한 마음은 가슴을 짓누른다. 민간위탁의 철폐와 직접고용을 외치며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관심이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천막 안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노동환경 문제와 인권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나왔던 투쟁은 생존 투쟁을 바뀌었고,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렇다 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민주노총 중부일반노조 춘천지부(지부장 김영희) 조합원들은 8차례의 상경투쟁을 벌였다. 청와대 앞 사랑채 광장과 광화문을 찾아 결의대회를 열고, 시민을 대상으로 선전전을 펼쳤다. 지역에서는 도무지 묘수를 찾을 수 없게 되자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이 책임져 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달 8일부터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상경버스에 몸을 실었다. 11년 째 투쟁을 이어오고 있는 ‘콜트콜텍’과 200일이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 등 많은 단체가 연대의 힘을 보탰다. 지난달 17일에는 청와대 앞에서부터 광화문까지 결의행진을 펼쳤고, 서울 하늘이 비를 뿌리던 24일에는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오체투지를 벌였다.

지난 3일. 임시 시청사 앞에 있던 천막을 신청사 안으로 옮겼다. 일요일 저녁 춘천시청 종각 옆에 천막을 설치하던 조합원들을 저지하려는 20여명의 청원경찰과 30여 분 간 대치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사를 하는 업체의 직원들까지 가세해 고성이 오고가기도 했다. 물리적 충돌 없이 물러나는 듯 했으나 다음날인 4일 아침 천막 기습철거 시도로 충돌이 일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천막을 내주고 민원실을 점령하자 천막의 추가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해 천막을 유지하게 됐다.

‘춘천시폐기물처리시설 문제해결을 위한 시민대책위’는 조합원과 함께 지난 28일부터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대형마트와 터미널 등에서 춘천시환경사업소 재활용품 분리 실태와 노동자들의 집단해고, 위탁운영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시민들을 상대로 선전활동을 펼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촛불문화제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춘천시장 후보와 춘천시 청소행정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협약서를 작성해 협약식을 진행하려 했으나 취소됐다. 전 춘천시장이었던 최동용 후보는 임기 중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수 후보 측과 변지량 후보 측은 춘천시폐기물처리시설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등 민감한 시기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해고 노동자들을 이끌고 있는 김영희 지부장은 “전임 시장은 재임 중 약속한 고용승계를 전면 부정하면서 노동자들 스스로 취업을 거부한 채 폭압적인 단체행동을 통해 공무원이 되려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고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당의 시장후보는 아직 후보라서 구체적인 정책협약은 곤란하다며 고용문제와 민간위탁으로 인한 폐해를 검토한 후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책과 제도로 인해 노동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이 정책과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시장이 바뀐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가 아니라도 춘천시민 누구든지 똑같은 고통을 당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제도개선과 고용문제 해결이 없으면 우리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시청 앞 천막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결연한 투쟁의지를 밝혔다.

한편, ‘사회적파업연대기금’은 오는 9일 춘천역 광장에서 ‘민간위탁 철회, 비정규직 철폐로 노동자의 희망 세우기!’ 작은 희망버스를 개최할 예정이다. 오후 4시 춘천역 광장에 모여 춘천시청 광장까지 행진한 후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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