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청년 1인가구

강원도가 직면한 인구문제 가운데 일상에서 가장 피부에 와 닿는 문제는 무엇일까? 아마도 저출산과 1인가구 증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온 동네 떠나가라 매일매일 싸우고 울어대던 우리 형제자매들은 똑같은 꾸중을 매번 들었다. “울음 뚝!” 엄마의 힘찬 목소리가 그리운 지금, 우리 집안에는 아이울음이 뚝 그친 지가 이미 꽤 되었다. 그나마 ‘비혼’을 고집하던 막내가 ‘결혼해주어서’ 고맙다며 눈물이 그렁그렁 하시던 우리 부모님. 상황이 이럴진대 요즘 젊은이들에게 ‘결혼은 언제할 거냐’, ‘아이는 안 나을 거냐’ 이런 식으로 대화를 건네는 어른이 있다면, 시쳇말로 정말 간 큰 어른이시다. 청년 1인가구의 무서운 증가속도와 이들이 혼자 사는 기간이 점차 장기화되고 있음을 볼 때, 이제 청년기는 더 이상 결혼을 앞두고 잠시 머무르는 생애 간이역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가구주 연령이 20~ 39세인 경우 1인 청년가구로 분류되는데, 2015년 이후 65만5천 가구를 훌쩍 넘어섰다. 특히, 여성청년 1인가구는 2006년 약 19만 가구로 37.7% 수준이었으나, 2015년에 이르러 남성보다 높은 33만4천 가구로 51.1%를 차지해 여성 1인가구가 청년층에서부터 점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인가구의 절대적인 숫자는 중소도시 거주자가 많으나, 인구비율을 고려할 때 청년 1인가구는 도시지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고, 소득은 타 연령대 1인가구에 비해 가장 높은 편이다. 반면, 청년 1인가구의 자가소유율은 상대적으로 낮고, 빈곤가구 비중은 높다. 이들의 가치관은 물론 기성세대와 비슷할 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강원도의 청년 1인가구는 그 상황이 조금은 다른 듯하다. 첫째, 청년 1인가구 남성비율의 빠른 증가를 들 수 있겠다. 도내 청년 1인가구는 2000년 3만1천853명에서 2016년 5만9천599가구로 전체적으로 약 8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 가운데 남성청년 1인가구는 2000년 1만9천434개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6년 3만9천952개를 기록, 여성 1인가구의 약 2배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도시지역 대학밀집과 접경지역 군복무로 인한 일시적인 청년인구의 유입과 유출현상을 감안하더라도 남성청년 1인가구의 빠른 증가는 눈여겨볼 대목이다.

둘째, 청년 1인가구의 3개 도시 집중 현상이다. 주요 3개 도시의 청년 1인가구 수는 3만6천197개로 전체 청년가구의 약 61%를 차지하고 있다. 원주 1만3천665 (22.9%), 춘천 1만2천345(20.7%), 강릉 1만187(17.1%) 가구 순으로 꾸준히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만 한 점은 다른 두 도시와 달리 춘천의 경우 2010년 1만3천918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1만2천253개로 오히려 그 수가 줄어든 점이다.

셋째, 높은 월세 비율과 주거빈곤율이다. 도내 청년 1인가구의 주거형태는 월세(65%), 전세(14%), 무상(11.5%), 자기집(9%) 순이었다. 청년 1인가구에게 월세란 ‘매우 부담스런 준조세’다. 따라서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거면적을 줄이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는데, 한국도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주거빈곤율은 서울, 경북, 제주에 이어 네 번째로 나타나 도내 주거빈곤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청년 1인가구는 청년세대와 1인가구의 성격을 동시에 반영함을 전제할 때, 이들은 한국사회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사회현상이자 전통적인 가족주의적 가치관에 전면 배치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1인가구는 젊은 세대가 선택한 하나의 가구유형으로, 또한 대안적인 삶의 양식으로 자리 잡고 있음도 인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유명 연예인 커플의 20년째 장기 연애가 장안의 화제란다. “결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이미 가족이나 마찬가지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니, 21세기 가족의 개념도 4차 혁명만큼이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양진운(강원대 EPLC 연구교수·사무처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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