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황선희

올해로 진갑의 여성 서예가 여현 황선희(61). 스무 살에 아버지를 따라 홍천으로 낙향한 그는 마땅히 놀거리가 없어서 여러 공부를 시작한다. 그 중 하나였던 서예. 글씨를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을 좋아했던 그가 처음부터 서예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먹을 갈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을 정도로 책에 깊이 매료돼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점차 서예의 매력에 빠졌다. 마약 같은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는 두 아이를 낳고 한 달씩 쉰 기간을 빼면 단 한순간도 붓을 놓지 않았단다. 글을 잘 쓴다는 것보다는 40년 동안 붓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는 것에 더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붓’은 ‘붙’”이라고 말한다.

30년을 글씨를 쓰며 20여명의 제자가 생겼다. 서예를 즐기는 인구는 점점 나이 들고 젊은 사람들은 붓을 들지 않았다.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가 이렇게 사라져가는구나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10년 전 제자들을 중심으로 ‘소소서우회’를 창립했다.

보통 서우회를 만들면 선생의 호나 이름을 따는 경우가 많지만, 그는 자신 한 사람에게 국한 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서우회를 만들어 서예의 저변을 넓히고 싶었다. ‘소소(掃素)’는 ‘바탕을 다듬는다’는 뜻을 갖고 있다. 바탕을 쓸어 다듬는다는 것은 모든 일의 기본이다. 소소를 서우회의 정신적 바탕으로 삼았다.

소소서우회의 목적은 ‘여묵락진(與墨樂進)’이다. 문장은 ‘먹과 더불어 즐겁게 나아간다’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 ‘낙진’은 단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노자의 《도덕경》 2경에서 왕필은 ‘아름다울 미(美)’에 대해 ‘낙진(樂進)’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그에게 먹과 더불어 나아가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서예는 인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장르다. 단순히 글씨를 쓰는 것이 아니라 글자 속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고 공감하고 그 감동을 글씨로 적어내는 것이다. 아름다운 글씨를 위해선 글 속에 담긴 역사와 배경, 그 뜻까지 폭넓게 이해해야 하니 당연히 서예라는 장르 속에 모든 인문학이 녹아들 수밖에 없다.”

진갑을 맞은 그에게 가장 큰 숙제는 ‘건강’이다. 몸을 잘 돌보고 건강을 유지해 우리의 전통이 빨리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브레이크를 걸고 싶다.

작품활동을 하며 강의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전통을 지키고 싶은 사명이 있고, 그것을 위해 소소서우회 회원을 좀 더 많이 전문가로 길러내고 싶다.

“기회가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선뜻 엄두를 못내는 많은 분들이 서예뿐만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그. 서예를 통해 인문학의 깊은 바다를 함께 유영할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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