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안 불교시설 반대…주민·출향인 총집결
주민들, “도로확장·추가시설 금지” 요구

지난 9일 오후 1시 무럭무럭 자라는 오이 밭을 돌보고 얼마 전 모내기를 끝낸 논에 거름도 주어야 하는 농민들이 바쁜 농사일도 포기하고 삼삼오오 마을 한가운데 들어선 제따와나 선원 앞에 모여들었다.

9일 오후 1시부터 시작된 남면 박암리 제따와나선원 반대 결의대회에서 주민들이 제따와나선원 모형 시설물 화형식을 개최하며 결의를 다졌다.

홍천강 하류에 자리한 조용한 농촌마을 박암리. 농촌마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민중가요가 확성기를 타고 울려퍼지자 마을주민들이 막 꽃이 피기 시작한 오이 밭가에 마련된 제따와나선원 반대 결의대회장에 모여 ‘제따와나 선원 물러가라!’, ‘목숨 걸고 내 고향을 지키자!’라며 절박하게 구호를 외쳤다.

벌써 두어 달째 이어지는 제따와나 선원과 박암리 주민들과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부분이 노인들인 농촌마을에서 드문드문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젊은 여인들도 눈에 띄고, 고향을 떠나 있던 아들 내외와 함께 집회장에 나온 부모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1993년 가정국민학교로 통합되며 폐교된 박암분교 출신 졸업생들이 만든 박암초교 총동창회 회장과 회원들까지 고향을 찾아와 마을을 지키겠다는 결의가 확고했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150여명으로 전체 가구 수 70여호에 지나지 않는 박암리에서 거의 전 주민들이 참석한 셈이다.

지난해 마을주민들과의 합의에 의해 건설이 시작된 제따와나 선원은 연건평 1천500여㎡의 건물이 완성돼 당장이라도 운영이 가능한 상태다. 그러나 선원을 추가로 건설해 추모원이 들어선다는 소문에서 비롯된 반대운동이 격화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당초 제따와나선원 측과 마을주민들은 선원측이 3천만원의 마을발전기금을 기부하는 선에서 마을농로를 이용하는 선원건립에 합의해 공사가 이루어졌지만, 추가시설 건립문제가 불거지자 주민들이 반대입장으로 돌아섰다.

마을주민들은 선원측이 기부한 3천만원의 발전기금을 되돌려준 후 진입도로 확장과 추가시설 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박엄선 위원장은 “선원측에 진입도로 6m 확장과 추가시설 설치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를 요구했지만, 선원측에서 자신들만으로는 도로확장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화가 결렬됐다”며, 선원측이 성의를 보이지 않아 마을주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선원이 들어선 박암리 마을안길은 법정도로가 아닌 농로로 폭이 4m밖에 안 돼 차량교행이 안 되는 마을안길이다. 선원 측 일묵 스님은 마을주민들과 선원, 춘천시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시로서도 법정도로가 아니라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마을주민들이 벌써 세 번째 결의대회를 열고, 주민들은 물론 출향인들까지 이에 가세하고 있어 박암리 제따와나 사태는 장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선원을 건립한 제따와나 측과 선원건립을 허가한 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화가 결렬된 후 주민들은 진입로를 봉쇄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라 사태는 더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해결의 실마리가 선원 측에 있는 상황에서 선원 측과 시가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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