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민족미술협협의회 정현경 사무국장

정현경 사무국장
정현경 사무국장

복잡한 소비의 중심에서 유일하게 차단된 공간이었던 명동집이 점차 활동반경을 넓혀 원도심 골목을 거미줄처럼 엮어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오래된 낡은 공간의 장소성을 해치지 않은 예술가적 마인드를 가진 작은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밥집을 이어 예술과 소비가 일상 속에서 잘 어우러져 담백하면서도 개성 있는 하모니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류재림 회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의 머리와 가슴에서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하나로 모아 실행해내는 강원민족미술협의회 내 유일한 기획자 정현경(44) 사무국장<사진>. 기획의 의도를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웹포스터 디자인, 온라인 홍보, 온라인 아카이빙, 작품과 작가들의 메타포를 누구보다 정확하게 전달하는 전시 서문은 물론 명동집의 운영과 강원민미협의 각종 전시 기획 실무…. 이 모든 것이 정 사무국장이 맡은 일이다. 누군가는 왜 그리 많은 일을 하느냐 반문하기도 한다지만, ‘성격상’ 모든 일을 즐겁게 해낸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갓 스물에 서울로 상경했다. 전기 입시에 실패하고 후기로 대학을 진학하는 바람에 대학 적응은 쉽지 않았다. 대신 학교 밖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영화모임, 연합 노래패에서 활동하며 문화예술을 즐겼다. 역사를 전공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예술 판으로 들어선 바탕은 거기서부터 시작이었을 거다. 대학을 졸업하고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웹디자인의 세계에 발을 디뎠다. 당시 출판사 편집국에서 일을 할 때였는데, 웹디자이너에 매력을 느껴 앞만 보고 달렸다. 웹디자이너 1세대로 활동하다 결혼과 함께 프리랜서로 전향했다. 2005년 첫 아이를 낳고 남편을 따라 춘천으로 온 건 2010년쯤이다.

어린나이에 고향을 떠나 부유하는 삶을 살았던 그에게 결혼은 축복이었고 울타리였다. 마음이 안정됐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처음 춘천에 와 5년은 아이와 함께 적응하는 데 바빴다. 차츰 춘천의 문화를 공부하고 즐기게 되면서 춘천시문화재단 모니터 활동을 시작했고, 그게 인연이 돼 강원민미협 일을 하게 됐다. 처음 강원민미협 사무국장을 맡은 건 2015년이었다.

예술을 알면 알수록 욕심도 커졌다. 예술경영으로 학사 편입해 공부를 마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 전공으로 석사를 하고 있다. 아이를 돌보고 사무국 일을 하며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매일 오늘을 충실히 살고 있고 지금 마지막 학기를 다니는 중이다.

반복된 일상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 늘 새로운 것을 좇고 모두가 함께 즐거운 것을 꿈꾼다. 지역의 기획자로서 오래되고 소외된 원도심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되살리고 싶은 욕심도 있다. 즐겁지만 가볍지 않은, 친절하지만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기획을 하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기도 하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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