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계절이다. 밤나무는 주요 밀원 식물이기도 하다. 민망할 정도의 성적인 표현으로 회자되기도 하는 밤꽃 향기는 호불호가 가려지는데, 나에게는 그 성적인 표현이 분명 왜곡된 것으로 보인다.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 ‘구급간이방언해(救急簡易方諺解)’, ‘훈몽자회(訓蒙字會)’ 등 옛 문헌에 나타나는 중세고어에는 밤나무가 ‘밤나모’ 또는 ‘밤’으로 나타난다. 국어학자 서정범에 따르면 ‘밤’은 씨(種子)를 나타내는 우리말에서 유래한 것으로 ‘받>발>발암>바암>밤’의 변화를 거친 것으로 봤다. ‘밤’의 형태로 15세기 옛 문헌에서부터 현재까지 형태나 의미의 변화가 없이 쓰이다가 1880년에 간행된 한불자전에 이르면 ‘밤나모’ 대신 ‘밤나무’의 표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밤을 재배해 왔고 이후 야생화 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그 원산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종에 대한 중국명은 ‘日本栗(rìbĕnlì)’인데 栗(율)은 꽃과 열매가 아래로 드리워지는 모양을 나타내는 상형문자이고, 일본명은 ‘テフセングリ(朝鮮栗 테후센구리)’인데, グリ(栗)는 ‘검은 열매(黑實)’라는 뜻으로 일본 고유어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국은 일본의 것이라 하고, 일본은 한국의 것이라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들도 정확히 그 원산지를 알지 못하기는 매 한가지인 것이다.

속명 Castanea(카스타네아)는 그리스어 castana(밤)에서 유래한 고대 라틴명으로 밤나무속 식물을 일컫는 것이고, 종소명 crenata(크레나타)는 ‘둥근 톱니의’라는 뜻인데 잎 모양을 표현한 것이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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