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격하게 기울어진 운동장, 정책·인물 ‘묻지마’
압도적인 사전투표 결과에서 이미 승패 결정돼

역대급 쓰나미가 몰아쳤다.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에 잔인하리만치 철저한 심판의 칼날을 휘둘렀다. 그 반대급부는 더불어민주당에 일찍이 보지 못한 압승을 안겨주었다.

민심이 담긴 투표용지. 지난 13일 저녁 개표가 진행된 호반체육관에 도착한 투표용지가 개표종사자들의 책상 위에 쌓여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충분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데 아무런 이견이 없어 보인다. 강원도에서도 보수궤멸의 심판대 위에서 민주당은 도지사는 물론 지방자치 부활 이후 한 번도 이겨보지 못했다는 춘천시장 선거에서 처음으로 승리한 데 이어 춘천의 도의원 선거를 싹쓸이했을 뿐만 아니라 시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훨씬 넘는 대승을 거뒀다.

임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집행부와 의회권력 독점에 대한 우려가 나올 만큼 압도적인 결과다. 워낙 기울어진 운동장이라 정책은 애초에 관심거리가 아니었던 도지사 선거와 함께 도의원 전석 싹쓸이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압권은 시의원 선거였다. 민주당은 8개 시의원 선거구 모두에서 당선자를 낸 것은 물론이고, 3인 선거구 2곳 모두에서 2명씩 당선이 됐을 뿐만 아니라 2인 선거구에서조차 2인 모두가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그것도 보수성향이 높다던 ‘사’선거구(근화·소양·신사우동)였으니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로써 민주당은 지역구 11명, 비례대표 2명 등 모두 13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과반수에 2명이 넘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정치지형 상 민주당의 승리는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개표결과를 분석한 결과 사전투표를 통해 일찌감치 민주당의 승리가 결정됐다는 사실은 이번 선거의 투표형태가 후보자의 자질이나 공약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보인다. 본선거의 득표율과 사전투표의 득표율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그 반증이라는 주장이다.

 

 

 

춘천시장 사전투표, 본 투표와 득표율 4.5배 차이 사실상 사전투표에서 선거 끝난 셈

이재수 춘천시장 당선자는 사전투표에서 최동용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를 23.3%로 벌렸다. 전체 득표율 차이 11.46%의 배가 넘는 득표율이다. 특히 관외 사전선거에서는 그 차이가 더 커서 30.2%p에 달했다. 투표율 21.7%에 불과한 사전투표가 40.1%에 달하는 본 투표를 압도한 것이다. 최동용 후보는 본 투표에서 득표율 5.1% 차이로 막판 추격전을 펼친 것으로 나타났지만, 설사 본 투표에서 12%를 앞섰다고 해도 사전투표의 차이를 극복할 수 없었다. 사전투표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춘천시장 선거에서는 전체 유권자 23만1천430명 중 5만421명이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본 투표에 참가한 유권자는 40.1%인 9만4천78명으로 사전투표 참가자의 두 배에 이르렀다. 사전투표와 본 투표일까지 최대 4일의 시간이 있었던 만큼 막판 역전을 노릴 만한 시간이다. 그러나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이재수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최동용 후보의 막판 역전 가능성은 아예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이재수 후보는 5만421명이 참가한 사전투표에서 2만8천21표를 받아 1만6천498표에 그친 2위 최동용 후보에게 1만1천523표를 앞섰다. 이에 반해 9만4천78명이 참여한 선거일의 본 투표에서 이재수 후보는 4만2천834표, 최동용 후보는 3만8천141표를 얻어 이 후보와 최 후보의 표 차이는 4천693표에 지나지 않았다. 절반밖에 안 되는 사전투표가 두 배의 유권자가 참여한 본 투표보다 거꾸로 2배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퇴계동·석사동·동내면 유권자, 관외 사전투표 참여 많았던 것으로 추정

사전투표 중에서도 관외 사전투표에서 이재수 후보가 가장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민주당 지지성향이 높으면서도 유권자가 많은 퇴계동, 석사동, 동내면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관내 사전투표에서 퇴계동은 9.4%, 석사동은 10.0%, 동내면은 10.7%로 평균(12.31%)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이 지역의 전체 투표율이 다른 지역보다 높았던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지역 유권자들이 관외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했음을 추정해 볼 수 있다. 사북면과 서면이 각각 7.6%와 9.6%로 관내 사전투표율이 낮았지만 두 지역의 인구는 전체 투표율에 별 영향을 주지 않았다. 결국 관외 사전투표에서 이재수 후보가 높은 지지를 받은 이유는 퇴계동, 석사동, 동내면 유권자들이 관외 사전투표에 많이 참여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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