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수 춘천시장 당선자, 어떤 그림 그릴지 이목 집중
12명에 이르는 국장급 고위직 거취가 조직안정의 핵심
이번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이재수 후보가 춘천시장에 당선되면서 지역사회에서는 첫 지방권력 교체에 따라 변화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공직사회 분위기는 사뭇 뒤숭숭하다. 누구에게나 처음 가는 길이 두려운 것처럼 춘천시의 행정에서도 처음 가는 길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1991년 지방자치체가 부활하고, 1995년부터 기초자치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후 6차례의 선거에서는 모두 보수진영의 행정가 출신 후보들이 당선됐다. 1995년 제1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관선시장 출신의 배계섭 시장이 다시 당선된 후 류종수, 이광준(재선), 최동용 시장 등 모두가 행정공무원 출신이었다.
이재수 당선자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뒤 처음으로 진보개혁진영의 비행정가 출신으로 시장에 당선된 사례다. 이에 따라 비행정가 출신의 새로운 시장이 어떻게 조직을 운영할지 알 수 없어 공직사회는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다. 이 당선자가 3선 시의원으로 춘천시 행정에 대한 이해가 기업가 출신이나 일반 정치인 출신들과는 다를 것이라는 데 위안을 삼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사용하는 춘천시 살림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만큼 이 당선자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조직안정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당선자의 정책을 추진하려면 관치 주도에 익숙한 조직을 시민중심으로 정책추진이 가능하도록 정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국장급만 12명에 달하고 공무원 숫자도 1천400명이 넘는 방대한 조직이다. 공무원 조직은 전쟁이 나도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조직으로 수장이 바뀌었다고 큰 혼란이 있는 조직은 아니다. 그러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조직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장급이 흔들리면 전체 조직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당선자가 조직안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는 인사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춘천시 공무원 서열에서 부시장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직위에 있는 국장급은 모두 12명이다. 12명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느냐가 시정성공의 열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춘천시 국장급의 연령대는 거의가 명퇴를 6개월에서 1년여 남긴 이들이 대부분일 정도로 1959년생들과 1960년생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올 하반기 이후 국장급 10명 명퇴 가능
내년 초 대규모 인사로 체제안정 꾀할 가능성
시 국장급 공무원은 올해 명퇴기가 되는 1959년생이 5명, 내년 명퇴인 1960년생이 5명이고, 1961년생 1명, 1964년생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1961년생부터 1962년생까지는 과장급 공무원도 많지 않아 조직개혁에 여유가 있다는 평이다. 이런 까닭에 이재수 당선자가 조직장악과 운영에 다소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게 공직사회의 전망이다. 6개월여의 기간 동안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인사를 통한 조직장악에 여유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시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춘천시 고위직 공무원 구조를 보면 이재수 당선자는 상당이 운이 좋은 당선자”라며 “승진적체가 심화되지 않고 명퇴자들이 생기는 시기가 짧아 자연스럽게 조직을 안정시키기에 좋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선거 이후 일부 고위직의 명퇴신청이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당선자가 빠른 시기에 조직안정을 꾀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방석재 복지환경국장은 지난 18일 과장급 회의석상에서 명퇴를 기정사실화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 또 다른 고위공직자는 “이재수 당선자가 조직을 안정적으로 꾸려가기 위해서는 일시에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미룰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6개월 정도면 대규모 인사가 가능한 만큼 그 기간 동안 충격을 최소화 하고 당선자의 색깔을 입힐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재수 춘천시장 당선자는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취임을 앞두고 지난 18일부터 조직인수에 들어갔다. 이 당선자 측 김완기 대변인은 “당선자가 조직에 대한 이해가 높아 별도로 인수위원회를 꾸리지는 않는다”며 “국장급 업무보고도 큰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인수절차는 간단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위원장 없이 실무진 위주로 구성된 인수팀은 캠프에서 5명과 시청 공무원 5명를 선발하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도 참여를 요청한 상태에서 옛 청사에 사무실을 꾸려 준비절차에 돌입했다. 인수팀은 취임일 전 중요 추진사업을 점검하고 인수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펴볼 것이라는 게 당선자 대변인의 말이다.
춘천시 개청 이래 최대의 변화를 야기한 지방선거의 열기가 채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이제 10여일 후에 거대한 조직을 인수해야 하는 당선자에게 취임까지 남은 10일의 시간은 앞으로 4년을 좌지우지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당선자가 시의원 재임기간 동안 춘천시 현안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의원이라고 평가된 만큼 조직장악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가운데 당선자의 행보 하나하나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