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식물탐사 길에 흐드러진 감자 꽃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읽은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김동인의 단편소설 ‘감자‘에서 감자는 가난의 상징이었고, 굶주림을 면해주는 고마운 작물이었던 것 같다. 감자의 원산지는 잉카제국이 있던 남미의 안데스 고산지대지만 정복자인 스페인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갔고, 우리나라에는 조선 순조 때인 1824년 경 만주를 거쳐 북쪽지방으로 들어왔다.

감자란 이름은 한자명인 ‘甘藷(감저)’에서 나왔으며 ‘감져’, ‘감자’로 변화했다. 감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물명고》(182?)의 ‘감져’, 《방약합편》(1885)의 ‘甘藷’가 있고, 고구마에 대한 《감저보(甘藷譜)》(1764)의 ‘甘藷(감저)’, 《조선농업대전》(1918)의 ‘감자’와 ‘감’란 기록이 있는 것을 보아 ‘감저’는 고구마와 감자의 통칭이었지만, 남쪽에서 전래된 고구마는 남감자, 북쪽으로 전래된 감자는 북감자로 불리우다 점차 감자만 지칭하는 것으로 고정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1832)에는 감자를 ‘북감저(北甘藷)’라 했고, 옛사람들은 ‘마령서(馬鈴薯)’라 부르기도 했는데, 말에 달고 다니는 방울처럼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감자는 북한에서도 ‘감자’라 부르고, 그 밖의 방언으로 함경도에서 ‘갱게’, 경남에서 ‘궁감자’, 전남에서 ‘북감자’, 제주에서 ‘지슬’이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명은 ‘陽芋(yángyù)’이며 토란과 비슷한 뿌리의 모양에서 유래한 말이고, 일본명은 ‘ジャガイモ(쟈가이모)’인데 전래지인 자카르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감자의 속명 ‘Solanum(솔라눔)’은 라틴어 고명인데, 유래가 확실치 않지만 가지속 식물을 지칭한다. 가지속의 식물 중에 진통(鎮痛)작용을 하는 식물이 있어서 ‘solamen(안정)’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편, 감자의 아린 맛을 내는 독성물질인 솔라닌(solanine)의 명칭이 이와 관련이 있는데, 감자가 햇빛에 노출되면 껍질이 녹색으로 변하면서 솔라닌이 많이 생성되고, 특히 새싹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솔라닌은 가지과 식물의 공통된 성분이지만 대부분 극히 소량이어서 식용에 큰 문제가 없다. 종소명 ‘tuberosum(투베로숨)’은 ‘덩이줄기(塊茎)가 있는’이라는 뜻으로, 감자는 줄기의 변형인 ‘뿌리줄기’임을 설명해 준다. 참고로, 고구마는 뿌리의 변형인 ‘덩이뿌리(塊根)’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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