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받은 높은 지지는 굉장히 두려운 것이고, 이는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정도의 두려움이다. 지지에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

지난 18일 6·13 지방선거가 끝나고 처음 연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행한 머리발언 중 일부분이다. 이번에 성공했으니 그것도 가히 압도적이라 할 만큼 성공했으니 하고 싶은 대로 누리자가 아니라 다음 번 성공을 위해 여기서는 더 삼가야 하겠다는 말이다. 백년 이상으로 길게 잡아야 하는 가치 추구를 해 온 것이 아니라 그저 ‘한번 해먹어 봤다’는 감투욕, 명성욕을 쫓아 이합집산을 거듭한 한국의 정가에서는 쉽게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자신이 없는 후대를 위하여 자신이 있는 당대가 삼가야 한다면 자신은 아무 것도 갖지 않겠다는 뜻인데 가치 추구의 정치가 아니라면 생각할 수 없는 말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문 대통령의 이 말은 ‘나라다운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가자는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촛불혁명의 명령을 문재인 정부가 올 곧게 받든 모양새다.

‘나라다운 나라’란 원칙이 섰다 하더라도 실천 방법은 쉽지 않다. ‘나라다운 나라’란 대한민국 헌법 1조가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이겠지만 이해관계가 다양한 국민이 모두 화합하는 공동체를 이루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2기, 국정운영 위협요소 및 대응방안”을 보고한 조국 민정수석이 내놓은 대책은 △겸허한 정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였다. 압도적이라 할 만한 지지도에 취해 내부권력 다툼에만 몰두한 나머지 자기혁신을 통한 민생 개선 효과를 내지 못하면 곧 민심은 싸늘히 식어 심판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국 민정수석의 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대통령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청와대와 정부, 지방권력이 해이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의 주문이 아니더라도 지방권력은 모처럼 얻은 정치 개혁의 기회를 살리기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한다. 문 대통령을 향한 높은 지지율 덕택에 당선이 되었으니 그에 대한 보답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문 대통령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정치의 정도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문 대통령이 진정성 있게 추진해가려 한다고 국민들이 느끼기 때문에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만큼 지역 정치인도 문 대통령처럼 처신해야 한다.

그러나 벌써부터 산적한 민생이 아니라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잡음의 기미가 보인다. 다음달 1일 개원을 앞둔 춘천시의회 새 의장을 누가 먼저 하느냐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다선 의원들 사이에 기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권력 투쟁 양상으로 번진 나머지 민생을 외면한 감정싸움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리라 기대하지만 신경이 쓰인다.

민생은 구호로 챙겨지지 않는다. 실력이 없으면 결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춘천시는 민선 자치 이후만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도 정권교체를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털어내야 할 적폐도 적지 않다. 춘천지역 정치인들이 겸허하고도 혁신적인 자세로 민생을 사고의 중심에 둬야 할 절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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