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가 조성희 씨

 

 

 

관객을 단순히 공연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는 여행자로 입체적으로 구성해 신선한 작품을 선보인 ‘조성희아하댄스씨어터’.

조성희(55) 예술감독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 동안 춘천예술마당 봄내극장에서 열린 ‘당신의 페이지가 보고싶습니다’에서 새로운 연출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욕심을 버리고 나니 행복해지더라”고 말한 조 감독은 “앞으로의 계획 역시 거창하지 않다”고 한다. 그저 ‘조성희아하댄스써어터’를 찾아주는 관객들이 신선하고 재미있어 하고, “와서 보고 가니 참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란다.

1999년 강원대 예술대학 무용학과 교수로 부임해 창단한 ‘조성희아하댄스씨어터’는 강원대 무용학과 1기 출신의 무용가 김상나 씨가 20여년 동안 살림을 맡고 있다. 전문 기획자나 사무국 직원 없이 모두가 무용수로만 구성돼 있고, 각자의 생업을 하며 팀을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이 댄스팀 단원의 자격은 단 하나다. 강원대 무용학과 출신이면 그뿐이다. 춤이야 말할 것 없이 다들 사랑하고 있으니 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다.
현재 6명의 단원이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다. 공연의 성격에 따라 객원 무용수와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함께 무대를 만든다. 예술감독이라고 해서, 또 지도교수라고 해서 안무를 도맡아 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함께 기획하고 안무를 짠다. 지도교수라는 역할의 연장선에 있지만, 안무를 지시하기보다는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주로 하고 무용수들이 스스로 자신을 표현해 내도록 조언한다.

조 감독은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무용을 시작했다.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 잠깐 무용을 접했지만 워낙 몸이 약했던 탓에 포기했는데, 중학교에 진학해 그의 재능을 알아본 무용 선생님의 권유로 무용을 다시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지만 선생님이 1년 동안 그의 부모님을 설득해 결국 그를 무용의 길로 이끌었다.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콩쿠르에서 현대무용과 발레 두 작품이 한꺼번에 입상이 돼 무용 유망주로 떠올랐다.

희끗 세어 버린 머리칼을 그대로 간직한 채 찰랑이는 단발머리로 무대를 누비는 조성희 예술감독. 있는 그대로 자신을 몸의 언어로 표현해내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는 작은 숨까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소극장 공연을 좋아한다. 대극장 공연을 선호하지 않는 까닭은 화장 속에 표정과 감정을 감추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처음 춘천에 왔을 땐 예술과 단절된 생활이 힘들기도 했다. 현대무용을 방송용 댄스 정도로 생각하는 인식에 가슴앓이도 참 많이 했다. 언젠가 이곳을 떠나야지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하나하나 정성으로 가르친 제자들이 눈에 밟혀 떠나지 못했다. 그저 제자들과 함께 무대를 만들고, 춤을 추고, 공연이 끝나면 맛있는 것을 먹는 시간이 즐겁다. 가끔 친구들과 술 한 잔에 수다를 떠는 순간이 제일 행복하다.
강원도에 현대무용을 뿌리내리고 싶었다는 청년기 때의 그 열정을 희끗희끗한 중년이 된 지금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그에게 이제 시민들이 화답할 때다.

 

김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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