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공사 사무소 건설도 안 해…“올가을이나 내년 초 가능할 것”
설계도 완성 안 돼 정확한 예산산출도 안 나와

지난달 14일 착공식을 개최하고 공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고 했던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이 착공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춘천사람들》의 현장취재 결과 중도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건설사와 계약은 마쳤지만 설계도가 미완성 상태라 정확한 예산이 산출되지 않아 대략적인 금액으로 가계약한 것으로 밝혀졌을 뿐, 시공사인 STX건설은 아직 공사 사무소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지난달 14일 시공사로 선정된 STX건설이 공사에 착수한다며 이날 중도 현장에서 착공식을 개최한 바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8일 KBS 강원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그동안 문화재 문제로 착공이 지연됐는데 문화재청의 공문에 의해 문화재 문제가 해결됐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네트워크는 최문순 당시 후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지난 22일 중도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에 어떤 공사도 진행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거 앞두고 도민 기만?

현재 중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부 공사는 엘엘개발과 현대건설이 2014년에 체결한 상·하수, 전기, 통신, 가스 등 기반시설 공사다. 이런 상황은 아직 중도에서 발굴된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한 복토공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엘엘개발 관계자의 말이다.

엘엘개발 송상익 전무는 지난 22일 “테마파크 공사는 시작되지 않은 게 맞다”며 “현대건설이 기반시설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현재까지도 복토가 진행 중이라 테마파크 공사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송 전무는 STX건설이 언제 착공하느냐는 질문에 “현재 공사 사무소 위치를 찾고 있다. 공사 사무소 설치 후 현장조사나 설계검토 등 사전에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모든 검토가 끝나면 착공하게 될 것이고, 그 시기는 올가을이나 내년 초”라고 확인했다. 지난달 14일의 착공식은 결국 선거를 앞두고 도민을 기만한 것이라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설계가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송 전무는 멀린사로부터 테마파크 놀이시설 설계도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거의 완성단계”라고 밝혔다. 송 전무는 “설계가 끝나지 않아 계약은 대략적인 금액으로 하고 정확한 물량이 산출되면 그때 변경하는 것으로 계약했다”며 “보증서를 받는 데는 정확한 금액이 산출되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설계도 완성돼도 굴착문제 논란될 듯

테마파크 부지의 굴착문제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초 레고랜드 테마파크 부지에서는 1천여 기에 이르는 청동기 집 자리와 100기가 넘는 지석묘가 발굴돼 문화재청이 2.5m 복토보존을 전제로 조건부 건설허가를 했다. 이에 따라 놀이시설 건설 시 지하 2.2m 이상은 굴착이 불가능하다는 게 문화재 전문가들의 견해다. 문제는 일부 놀이시설이 2m 이상, 최고 7m까지 굴착을 해야만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점이다.

엘엘개발은 이에 대해 기초굴착을 최소화 하는 대신 벌집구조로 공법을 변경하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 경우 공사비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강원도와 엘엘개발은 “놀이시설 건설 시 문화재가 없는 지역으로 이동하면 문제가 없다”는 견해지만, 전문가들은 “복토보존한 전체면적의 굴착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레고랜드시민검증단은 그동안 ‘문화재 문제로 인한 지하굴착’의 문제와 ‘설계도 미완성으로 인한 착공지연’, ‘토지매각으로도 확보되지 않는 공사비’, ‘완공돼도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업구조’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원점 재검토를 요구한 바 있다.

시민검증단에 참여한 경실련 권용범 사무처장은 “착공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선거를 앞두고 착공식을 개최하고, 도지사 후보자 토론회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발언한 부분은 명백하게 도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했다. 권 처장은 “지난달 14일 최 지사가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고, TV 토론에서도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한 만큼 도와 엘엘개발은 지금이라도 멀린사와의 합의내용 전면공개, 시공사와의 계약 내용, 문화재청에서 발송된 공문 등을 모두 공개해 도민의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또한 선거를 앞두고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도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 부분은 명백하게 도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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