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13지방 선거에서 춘천시장으로 당선된 이재수 당선자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아직 춘천에서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양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1995년 제1기 민선시장을 뽑은 이후 7번째 이재수 당선자가 나오기 전까지 춘천에서는 단 한 번도 정권교체를 이뤄본 적이 없었다. 군사정권이 만든 정당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자유한국당과 연계된 정당의 후보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관계없이 모두 당선됐다. 1998년에 치러진 제2기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박환주 후보가 48.63%를 득표해 당시 한나라당 소속 배계섭 당선자의 51.31%에 근소하게 따라 붙은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이보다 훨씬 많은 표 차이를 보였다. 자유한국당 계열 소속 후보가 적게는 약 8%, 많게는 약 27%의 차이로 당선되었다.

이름은 달리했지만 사실상 같은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은 정당 소속의 후보가 23년간 춘천의 시정을 맡아온 데다 국회의원마저 같은 정당이다 보니, 춘천은 그야말로 다른 정치를 꿈꿀 수 없는 상상의 불모지처럼 되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시민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표를 의식해 구호로는 시민을 위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시민이 안중에 없는 정치의 연속이었다. 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한 1995년 이전의 관선시대까지 합치면 23년이 아니라 훨씬 더 오랜 기간 동안 시민은 그저 통치의 대상일 뿐 모서야 할 주권자로서 받들어지지 못했다. 어떤 시장은 시민단체에 대해 노골적으로 적의를 보여 고소고발을 불사하기도 했다.

한 세대를 훌쩍 뛰어넘는 오랜 기간 동안 시민이 배제되어 온 역사를 이번에 이재수 당선자가 새로 쓰기로 선언했다. 바로 ‘춘천시민정부’다. 선거운동 기간부터 내건 ‘시민이 주인입니다’는 기치를 그대로 실현해보겠다는 구상이다. 시민정부는 ‘시민청’, ‘청년청’, ‘지혜의청’ 등으로 구성된다. 주제별로 시민들이 모여 숙의와 대화를 통해 다양한 제안을 하게 되면 이를 시의회가 결정하고 시장은 그 내용을 집행하는 형태라고 한다.

이미 서울시 등 다른 지역에서 시행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어려운 미지의 실험은 아니다. 그러나 시장의 노력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운 시도다. 명색이 시민이 주인인 시정을 펼치는데 정작 시민이 주인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이 시도는 처음부터 실체가 없는 몽상이 될 수밖에 없다.

춘천시에서는 수십 년만의 정권교체가 일어났고 그에 걸맞게 새 시장이 시민들과 함께 하겠노라 손을 내밀었으니 이제 춘천시민이 나서야 한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시민의식으로는 시민들의 삶을 조금도 개선할 수 없다는 뼈아픈 경험을 교훈 삼아 이제부터는 조금 더 적극적인 시민이 되어야 하겠다. 내 삶을 내가 바라는 대로 꾸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마당에 열심히 공부하고 토론해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내야 하겠다.

너무 오랫동안 몇몇 전문가나 재력가, 특정 연고자만 춘천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과거의 역사가 싫었다면 이제부터는 게으른 시민에서 부지런한 시민으로 탈바꿈하자. 이를 위해 당장 내달 2일 음식과 문화예술을 함께 나누는 소풍행사 같이 열리는 이재수 당선자의 시장 취임식부터 참석해 볼만 하다. 오후 6시 40분부터 시청 앞 분수광장에서 열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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