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燭籠)은 촛불을 넣어 길을 비추거나 사람의 위치를 알려주는 휴대용 등이다. 현대의 랜턴 같은 것이지만 느끼는 감성이야 비교할 바가 못 된다. 혼례식 때 가마에 앞서 가는 청사초롱, 어두운 밤길을 밝혀주는 초롱불, 상상만 해도 정겨운 모습이다. 그 중에서도 어떤 장인의 솜씨로도 만들 수 없는 걸작이 있다. 바로 숲속을 밝히는 초롱꽃이다.

초롱꽃은 꽃의 모양이 초롱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식물향명집》(1937)에서 최초로 기록된 이름인데, 그 전의 문헌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별도의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로 줄기와 끝에 달린 꽃 모양이 자루 달린 초롱을 연상시킨다. 식물명의 유래가 이렇게 단순명쾌하면 얼마나 좋을까. 잘 지은 이름이다. 걸작일수록 단순하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도 ‘초롱꽃’이라 부른다. 어릴 때 내 고향에선 ‘까치오줌통’이라는 아주 특이한 이름으로 불렀다. 옹기로 된 오줌통을 엎어놓은 것에 비유하여 까치가 오줌을 누는 통으로 생각했다니 이 얼마나 해학적인가.

중국명은 ‘紫斑风铃草(zǐbānfēnglíngcǎo, 자반풍령초)’인데 자주색 반점이 있는 풍령초(风铃草, 초롱꽃 종류에 대한 중국명)라는 의미다. 연한 자주색 바탕에 화관 외부에 반점이 있는 섬초롱꽃(C. takesimana)을 연상시키지만, 최근의 식물학적 연구성과에 의하면 두 종은 구분에 의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롱꽃도 화관 속을 들여다보면 반점들이 많이 보이긴 한다. 일본에서는 ‘ホタルブクロ(蛍袋, 호타루부쿠로)’라 부르는데, 일본식물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키노(Makino)의 《신일본식물도감》에 의하면 아이들이 꽃을 자루(袋)삼아 반딧불이(蛍)를 잡고 놀았던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속명 ‘Campanula(캄파눌라)’는 라틴어 ‘campana(종, bell)’에서 유래된 말로서 화관의 모양이 종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초롱꽃속을 지칭한다.

원예종 꽃으로 많이 기르는 캄파눌라(bell flower)와 같은 속이다. 종소명 ‘punctata(푼크타타)’는 ‘반점이 있는’이라는 뜻으로 화관(花冠) 안쪽에 짙은 반점이 있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최동기 (식물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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