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석·김진서 부부, 지난달 4일 딸 민서 출산

지난달 4일 오후 5시 44분.

중앙로에 있는 미래산부인과에서 예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차민서. 꼭 한 달이 됐다.

지난달 4일 세상에 나온 차민서

서른한 살의 아빠 차동석 씨는 환경사업소 해고노동자다. 해고된 지 6개월 하고도 보름이나 더 지났다. 엄마는 스물일곱 김진서 씨. 둘은 주문진에 있는 강원도립대 재학 당시 처음 만났다. 차씨는 마지막 학기가 남은 상태에서 지도교수의 소개로 같은 환경과 친구 3명과 함께 춘천시환경사업소에 취업했다. 환경사업소가 첫 가동을 시작할 무렵인 2011년 10월의 일이다.

엄마아빠가 함께 찍은 셀카. 

취업 당시 연봉은 2천만원 정도. 오직 취업 때문에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춘천으로 왔고, 5년 6개월 정도 후인 지난해 3월 김씨와 결혼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나 딸 민서가 태어났다. 민서가 태어난 그날도 차씨는 시 임시청사 앞 천막농성장에 있었다. 지난해 3월 결혼을 하고 8월에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 길바닥에 나앉게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지난 연말 환경사업소 위탁운영사가 동부에서 한라로 바뀌고, 노동자들은 계약종료라는 이름으로 전원 해고됐다.

신혼살림에 아이가 태어나 걱정이 많지만 그는 씩씩하다. 일이 힘들어 다른 동료들이 떠날 때,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꼬박 6년 넘게 일하며 참고 버틴 것은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몸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 참기 어려운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설움이었다. 6년을 일했어도 갓 고용된 20대 신규직원과 급여가 똑같았다. 매년 계약서를 다시 쓰기 때문에 경력과 근속에 따른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이다. 위탁업체 관리자들의 ‘갑질’도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관리소장의 애완견이 죽었을 때 차씨는 개 장례식에 회다지로 쓸 석회가루를 산 중턱까지 운반해야 했다.

임신 전 아내는 약국에서 일했지만, 아이 때문에 그만둔 상태에서 차씨마저 해고상태라 사실 살아갈 날이 막막하다. 그동안 박봉에 조금씩 모아둔 돈과 쥐꼬리만 한 퇴직금으로 버텨왔으나 그마저 바닥이 보여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18평짜리 거두리 행복주택 임대료와 관리비를 합하면 매월 30만원이 넘는다. 아이 분유와 기저귀 값도 만만치 않다.

“삶의 고충을 매일 몸으로 겪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는 동석 씨. 그의 바람은 민서가 그저 평범하지만 무탈하게 커주는 것뿐이다. 힘들 텐데도 잔소리하지 않고 믿어주는 아내가 고맙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잠든 민서를 바라볼 때마다 젊은 아빠는 “빨리 현장에 복귀해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라는 말만 되뇐다.

 

 

 

 

전흥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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