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mio babbino caro’

‘O mio babbino caro(오 미오 바비노 까로)’는 성악을 전공하기 위해 입시를 준비할 당시 듣고 깜짝 놀랐던 노래다. 과격한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의 괴리감 때문일지는 몰라도, 한동안 나는 이 노래를 잊지 못하고 자주 부르고 다녔다. 이 노래는 ‘Gianni Schicchi(잔니 스키키)’라는 오페라에 나오는 것으로 ‘자코모 푸치니’가 1918년에 작곡한 소프라노 아리아이다. 곡의 빠르기는 Andante Sostenuto(음 하나하나를 충분히 여유롭게)로 곡 내용과 대비되는 서정적인 느낌을 준다.

 O mio babbino caro 중 ‘babbo pieta(아버지 나를 불쌍히 여기세요)’ 부분

‘O mio babbino caro’의 뜻은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이다. 제목만 보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담은 곡이라고 느껴지지만, 사실 이 곡은 아버지를 향한 협박의 노래이다. 협박의 노래라니,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흔히 어머니에 대한 곡은 많아도 아버지에 대한, 그것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을 허락해 주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베키오 다리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리겠다는 협박을 다룬 클래식은 흔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음악은 굉장히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사랑에 대한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켜 주기도 했다. 나는 흔히들 말하는 ‘모태 솔로’이다. 사랑에 대해 잘 모르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음악을 통해 ‘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죽음까지 바치게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사랑에 대한 새로운 생각, 특히 헌신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노래가 사랑을 알려 준 셈이다.

곡에서는 효과적인 음악 기호 사용과 고음이 두드러진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에서 강조되는데 ‘Mi struggo e mi tormento(나는 초조하고 고통스럽다)’라는 부분이다. 이 구절에는 곡에서 가장 높은 음(A♭5)이 두 번이나 나와 귀에 꽂히면서 노래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게다가 ‘tormento’는 D♭4(높은 레)에서 A♭5(한 옥타브 위의 라)까지 치솟는 부분은 곡의 절정을 잘 표현해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babbo pieta(아버지 나를 불쌍히 여기세요)’라는 한 소절밖에 안 되는 이 부분은 곡 전체를 대표한다. 음악 기호의 효과적인 사용으로 노래 부르는 사람의 감정이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babbo’부터 ‘Ritardando(점점 느리게)’로 곡이 점점 느려지며 ‘pieta’에서 ‘Fermata(음을 일부 늘이는 것)’로 음이 약간 늘어지는 이 부분은 푸치니가 가장 공들여 작곡한 부분인 것 같다. 아버지에게 죽음을 볼모로 결혼을 허락받는 주인공의 어린 절망과 용기, 그리고 사랑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수로는 ‘Montserrat Caballé(몽세라 카바예)’의 버전을 추천한다. ‘Caballé’ 특유의 큰 성량이 내가 생각하는 ‘O mio babbino caro’의 핵심인 ‘babbo pieta’를 가장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 사람에게 클래식 한 곡을 추천해야 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 음악을 추천해 줄 것이다. 이 노래에 대한 내 별점은 5점 만점에 4.9이다. 0.1점을 뺀 이유는 고음이 잠을 방해하는 점이 아쉽기 때문이다.

 

 

 

황혜린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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