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흥냉면옥 퇴계점





점심시간 석사천을 따라 길을 걷는데, 일성아파트 건너편 강둑길 위로 함흥냉면옥 퇴계점 간판이 눈에 띈다. 익숙한 간판이라 무턱대고 들어갔다. 장맛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함흥냉면과 육개장, 가오리회의 감칠맛과 식감이 익숙해 반가웠다. 익숙하고 반가운 데는 까닭이 있다. 춘천시청 앞쪽에 가면 함흥냉면옥이라고 30년이 넘는 함흥냉면 맛집이 있는데, 우리 가족이 생일 때마다 즐겨 찾는 단골집이다. 그 집에서 20여년 주방장으로 일했던 큰아들 박정제(45·사진) 씨가 퇴계동에 분점을 낸 것이었다.

내 시부모님 고향은 각각 황해도와 함흥이다. 시부모님은 가족생일이면 오래오래 살아야 한다고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 등 북한 지명이 들어간 냉면집을 자주 찾는다. 실향민으로서 향수를 달래는 방법이 고향음식을 먹으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회상하는 것 외에 딱히 없다는 서글픈 분단의 현실이다. 아마도 떠나온 고향의 맛을 자식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주는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함흥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나서 “맛있게 잘 먹었다”는 말 한마디에 얼마나 많은 만족과 감사가 담겨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함흥냉면옥의 감칠맛 나는 맛의 비밀은 오랜 세월 한결같은 방법으로 육수와 양념을 만들고 면을 뽑아온 꾸준한 손맛이었다. 이제는 어엿한 사장이 된 박정제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는 “부모님이 하시던 냉면과 갈비탕을 이어서 하는 것일 뿐 특별하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다”며 쑥스럽게 웃는다.

그 오랜 단골집 맛을 집과 가까운 퇴계동에서 만날 수 있다니 너무 반가울 뿐이다. 석사천을 산책하는 이유와 즐거움이 또 하나 늘었다.

편안한 주차공간, 깔끔한 인테리어와 통유리 밖으로 보이는 하늘과 강과 산책로. 음식이 나오는 동안 여유를 즐기며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애피타이저’다.

함흥냉면옥 (퇴계점)
춘천시 효자로 24번길 8
☎ 252-4994

신선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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