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도시에서 유학 온 아이 중 모범생 같으면서도 자기 생각이 강한 독특한 아이가 있었다. 아이가 산골유학을 오고 나서 얼마나 지났을까. 그가 면담을 요청했다. “산골샘! 저 목공수업 안 하고 싶어요.” “왜? 재미있지 않니? 목공수업을 받는 건 별빛의 규칙이기도 한데….” 이 문제에 대해 센터 선생님들이 함께 논의한 끝에 강제로 목공수업에 참여시키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그는 정말 1년간 목공수업을 받지 않았다. 이 아이는 2년차부터 목공과 뜨개질, 바느질 등 그렇게 싫어하던 활동을 스스로 선택해 배우고 익히며 행복한 1년을 보냈다.

우리 마을의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모두 ‘별빛’으로 온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는데 언젠가부터 스스로 참여할 결정권을 아이들에게 주고 있다. 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일정한 인원을 모아 얘기하면 동아리형태로 구성해 별빛 선생님들은 강사와 시간을 배정하고 가능한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한 아이들인 만큼 각자의 적성과 선호도, 배우고 성장하는 양태가 다름을 느낀다.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강제로 따르게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것에 대해 오랜 기간의 경험과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지 않을 권리’가 존중되어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지 않을까?

대한민국 헌법에는 교육받을 권리와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헌법 제31조1항)”
-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31조2항)”

언뜻 보기에 ‘교육의 의무’라 하면 피교육자인 아이들이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의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의무의 주체는 그 보호자이고 국가인 것이다.
또한 ‘교육받을 권리’의 주체는 바로 아이들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좀 다른 듯하다.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의 권리는 뒷전이고 국가가 정한 틀에서 싫어도 받아야만 하는 ‘의무’로서만 여기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 아닐 것이다.

혹여나 어린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니 국가나 교사, 부모가 정해놓은 어떤 정답의 ‘교육’을 가르치는 대로 따르고 받기만 하면 된다는 의식이 있는 건 아닐까? 공교육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니다. 행복지수 1위의 덴마크는 초등학교 단계의 학생 가운데 일반 공립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약 56만명(1천300개교), 프리스콜레에 재학 중인 학생이 11만2천명(560개)이라고 한다. 자유학교 학생 비중이 전체의 20%나 되는 셈이다. 다른 유럽의 교육선진국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 명실상부하게 권리의 주체로서 교육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덴마크 IPC(International People’s College) 국제시민대학 쇠렌 라운비에르 교장선생님의 다음의 충고를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과 교육계에 계신 분들은 꼭 되새겨보았으면 좋겠다.
“한국은 어린 학생에게 방과 후 교육을 비롯해 늦은 시간까지 너무 많은 교육을 시킨다. 어린 아이와 청소년은 놀이 및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그리고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것이 거의 없는 한국은 교육에 관한 한, 특히 어린 아이에 관한 한 희망이 없다고 생각한다.”
 

윤요왕 (별빛산골교육센터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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