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봉이’ 열연…스물아홉에 첫 무대 데뷔

지난 15일, 그 전날 ‘제9회 대한민국 국공립페스티발 in 경주’에 참가해 ‘달봉이’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김호연(36·사진) 씨는 폭염 속에서 지방공연 일정을 소화하고 긴 여정에 피로가 겹칠 만한데, 첫 인상이 서늘한 가을처럼 차분하고 고요했다.

김호연 배우
김호연 배우

학교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지만 마음은 항상 다른 곳에 있었다. 그것이 딱히 배우에 대한 꿈은 아니었다. 학창시절에도 춤과 노래에 빠져 있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준비한 시험에 낙방을 거듭하며 좌절감도 들었는데 어머니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용기를 주었다. 길가다 우연히 극단 도모의 ‘시나브로’ 공연 포스터에서 친구의 이름을 발견하고는 친구에게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밤을 새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심하게 되었다. 극단의 막내로 6개월 무급으로 심부름하며 연기를 배웠다. 그리고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처음 무대에 섰다.

“강원도립극단이 설립되고 이 무대에 서고 싶었어요. 경력도 부족한 제가 깜냥이 될까 하는 자신감 부족으로 지원을 미루다가 더 나이 들기 전에 도전해보자 하는 마음에 오디션을 봤어요.”

그는 극 중 아들 역을 맡았는데 가정환경이 그와 비슷했다. 극 중 어머니 옥분이는 실제 어머니 이름과 같아 첫 리딩 때 잘 읽지도 못했다고 했다.

“마치 저를 위한 극본인 것 같았어요. 저를 잘 알고 쓴듯해서 처음에는 가슴이 벅차고 멍하기도 했어요. 극중 인물과 닮은 점이 많아 감정이입과 몰입은 저절로 되었어요.”

인생에서 이런 기회가 또 얼마나 있을까? 속내를 말하지 못하고 살았던 세월을 연기를 통해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어 고마운 기회라고 했다.

늘 불안하고 고정적이지 못한 배우 수입이라 그는 겸업을 하고 있다. 여자친구와 동업을 하고 있는데 많은 부분을 그녀가 돕고 있다. 결혼을 앞두고 가장이 된다는 것에 가장 큰 부담은 경제적 책무다. 배우로 살아가는 미래에 대해 주변에서 더 큰 걱정을 하고 있어 그는 목소리를 크게 못내는 형편이다. 하지만 배우의 길은 자신의 길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말수가 적어 쉽게 사람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그는 배우를 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표정이나 몸짓, 말씨를 살피는 일은 그에게 산 공부가 되어 사람들을 대할 때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한다.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삶의 깊이가 느껴졌다. 19일(목) 춘천공연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김예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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